HOME

검색어: 삶의 의미

웹북 단행본 선택안함

박상우 2025-06-08

ISBN 979-11-94803-12-6(05810)

  • 리뷰 0
  • 댓글 0

6,000 코인

  • talk
  • blog
  • facebook

이상문학상 수상작가 박상우가 제시하는 21세기 인생 지침을 수록한 에세이집이다. 디지털 문명과 과학 문명의 진보로 인간과 인생, 우주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었는데도 낡고 오래된 가르침들의 마취와 세뇌로부터 깨어나지 못하는 작금의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여 25편의 편편에서 새로운 현실, 새로운 현실 자각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25편의 내용들은 모두 인생을 살아가며 깊이 있게 생각할 기회를 갖지 못하거나 무의식적으로 기피하는 것들, 아니면 낡고 오래된 가르침과 세뇌들에 파묻혀버린 것들이다. 그 모든 제기된 인생의 문제들에 대해 박상우 에세이의 편편들은 시종일관 ‘나’의 존재성에 대해 강조한다. 진정한 삶의 의미는 욕망과 에고에 사로잡혀 사는 하위자아로서의 ‘나’가 아니라 그것 너머에 있는 근원적 상위자아로서의 ‘나’라는 걸 깨치고 그것을 체득하라는 말이다. 그것을 체득하게 되면 자기 인생을 소유의 대상으로 인지하지 않고 주어지는 학습과제로 인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생의 모든 고통이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소유적 판단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보는 것이다.

책의 내용을 반영해 말하자면 지구는 학교, 인생은 학습, 인간은 학생이다.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그것이 지구 졸업생의 명패라는 의미에서 이 책은 21세기적 삶의 좌표를 제시하는 의미 있는 책이다.

세상의 가르침 중에는 위험한 세뇌들이 많다. 무조건적으로 가르침을 받아들이기보다 자기 내면으로부터 우러나는 것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인생의 시작도 끝도 모두 ‘나’와 결부되지만 그 ‘나’라는 것이 헛것, 다시 말해 일종의 망상 에고라는 게 이제는 확연한 진실이 되었다. 수천 년 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깊은 가르침이 21세기에 이르러 과학과 접목되는 놀라운 진경을 목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여러 군데에서 반복적으로 ‘나’를 문제 삼고 있고 그것을 문제 해결의 유일무이한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인생은 일종의 연극무대이고 인간은 주어진 배역을 연기하는 배우들이다. ‘사람’이라는 영어 단어 ‘퍼슨(person)’의 어원이 ‘가면’의 의미를 지닌 라틴어 ‘페르소나(persona)’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사람’이라는 존재의 의미가 연극배우들이 쓰는 ‘가면’이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옛사람들의 통찰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결국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 배역에 충실할 필요성이 역으로 강조된다. 연극 못하겠다고 무대를 뛰쳐나가 노숙자가 되는 것도 자유이고 자살을 하는 것도 자유이다. 하지만 그 문제에 대한 인과도 결국 자신에게 돌아와 ‘지금, 바로, 이곳’의 내 배역을 구성하는 필요 불가결한 요소가 된다. 자작자수 자업자득自作自受 自業自得. 현재의 나에게 주어지는 인생 대본은 결국 나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걸 알게 하는 것이다. 주어지는 인생을 왜 성실하게 잘 살아야 하는가, 더 이상 길게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지구는 학교, 인생은 학습, 인간은 학생이다. 제사상에 세워두는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그것이 지구 졸업생의 명패이다. 지구학교 학생의 기본자세에 대한 만고불변의 규정은 없다. 학생이 지켜야 할 수칙을 일반화하고 규범화해서 세뇌시키는 일은 제도를 유지하는 자들의 관점에서는 중요하지만 개체의 관점에서는 많은 장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검색어: 삶의 의미』는 실재와 본질이 가려진 세상에 대하여 뼈를 드러내는 말을 하기 위해 의도된 책이다. 뼈를 가리지 않고 드러내고 보니 훨씬 그럴듯해 보여서 앞으로는 ’노골적露骨的‘이라는 말에 애착을 가지기로 했다. 노골적인 것을 기피하는 마음, 생각, 태도, 자세, 행동으로부터 위선, 기만, 과장, 포장, 위장, 연기, 연극, 연출, 사기가 드러나는 게 아닌지.

『검색어: 삶의 의미』는 ‘빨간 알약’을 먹고 쓴 책이다.

우리는 우리 뜻대로 세상에 태어난 게 아니다. 태어난 이후에도 우리가 원하는 대로 세상을 살지 못한다. 심지어 죽는 날도 마음대로 정하지 못한다. 그래서 생명, 운명, 수명에는 명령[命]의 의미가 붙어 있다. 프로그램에 입력된 대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뜻대로 못 사니 부질없는 욕망을 부리면 부릴수록 인생은 괴로워진다. 그래서 ‘비우라’는 말, ‘내려놓으라’는 말들을 한다. 욕망을 내세우지 말고, 그것에 휩쓸리지 말고 주어지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인생을 자연스럽게 살아가라는 말이다. (「검색어: 삶의 의미」 일부)

금전과 명예와 권력과 외모 지상주의의 미망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지구인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21세기의 동굴은 플라톤의 동굴과 근본적으로 다를 게 없다. ‘깨어나라’는 말도 이제는 고리타분하다. 치열하게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던져버릴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 끔찍한 가짜 동굴로부터 평생 탈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탈출하고 싶으면 빨간 알약을 먹어라! (「탈출하고 싶으면 빨간 알약을 먹어라」 일부)

티베트의 승려들은 마음이 평안할 때 액을 부르는 기도를 한다. 평안은 정신적 진동을 일으키지 않아 영적 성장이 멈춘 상태라고 판단해 액을 부르는 기도를 간절하게 한다고 하니 액을 쫓기 위해 돈을 주고 부적을 만들어 몸에 지니고 다니는 우리네 풍습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게 느껴진다. 한쪽은 액을 불러 영적 성장을 추구하는 부류, 한쪽은 액을 쫓아 영적 진화를 포기하는 부류가 아닌가. (「액을 피하고 싶은가, 액을 부르고 싶은가」 일부)

우리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바라게 되는 의식의 기저에는 ‘외로움’이라는 천형天刑 같은 감정 상태가 도사리고 있다. 외로움 때문에 우리는 누군가를 찾아내고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외로움으로부터의 탈출을 도모하기 위해 시작한 사랑은 외로웠던 만큼 격렬하고 격정적일 수 있지만 결국엔 더 깊은 외로움을 겪게 만든다. (「모든 사랑은 나에게서 시작해 나에게서 끝난다」 일부)

인생의 이정표는 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통해 우리의 인생 진로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그것의 누적이 인생의 공든 탑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선택과 집중의 결과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에 매달려 있는 21세기 군상의 모습은 선택과 집중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방기처럼 보인다.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거나 외면하는 방식으로 그것에 매달려 자기 외적인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진지하게 자문해볼 일이다. 스마트폰을 손에 드는 그 순간, 나의 진정한 존재성이 소멸되는 것은 아닌지. (「스마트폰 도인, 스마트폰 달인, 스마트폰 선각자들에게」 일부)

아들러 심리학에서 내가 눈여겨본 부분은 ‘자유란 타인에게 미움을 받는 것’이라는 대목이었다. 역으로 말해 미움받는 걸 두려워하기 때문에 한없이 불편한 인생을 살고, 불편한 인생을 사니 당연히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요컨대 인생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고 싶으면 남들에게 욕먹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눈치 보지 말고 자기 인생을 살라는 요지이다. (「욕을 처먹어도 행복할 수만 있다면」 일부)

맹자 왈, 사람들은 개나 닭을 잃으면 찾을 줄 알면서 마음을 잃어버리면 찾을 줄 모른다고 질타했다. 그리고 덧붙이길, 학문의 방법은 다른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마음을 되찾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책과 스마트폰을 맞바꿀 사람이 있을까」 일부)

영화 <관상>의 멘토 역할을 한 진짜 관상가에게 기자가 물었다.
“관상을 봐가며 성형을 하면 운명이 바뀌나요?”
멘토가 명쾌하게 답변했다.
“아무리 튜닝을 해도 티코가 그랜저가 되는 건 아닙니다.” (「티코는 아무리 튜닝해도 그랜저가 되지 않는다」 일부)

청춘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죽는 날까지 상실하지 말아야 할 필수적인 인생의 추진력이다. 청춘이 끝나면 인생이 끝나고 인생이 끝나면 청춘이 끝나는 것이다. 사람으로 사람답게 살아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 그것이 바로 청춘이기 때문이다. (「청춘이 끝나면 인생이 끝나고, 인생이 끝나면 청춘이 끝난다」 일부)

세상에는 행복이 무엇인지를 가르치는 행복전도사들이 많다. 그들은 강연을 통해 행복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비법을 전수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행복지침서를 써서 실천 요령을 전파하기도 한다. ‘당신들은 세상을 잘못 살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 그러니 내가 제시하고 가르치는 것을 실천하라, 그러면 행복해진다’는 천편일률적인 레토릭이다. 행복팔이도 일종의 보이스피싱이다. (「인생의 수난극에 당신이 출연해서 연기하는 이유」 일부)

늙은 모습을 받아들이기 싫어 성형하는 사람이 많다. 뒤집어 말하면 젊게 보이기 위해 성형하는 사람들이다. 젊은 몸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하고 웰빙 음식을 먹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노년에 대한 진정한 긍정과 수용이 없는 한 운동과 음식은 밑 빠진 항아리에 물을 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노년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그것이 얼마나 큰 결실인지를 모른다면 나머지는 모두 꾸며낸 젊음의 흉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해가 저물기 직전, 가장 화려하게 타오르는 인간의 황혼」 일부)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스러지지 않는 빛」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99년 중편소설 「내 마음의 옥탑방」으로 제23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고, 2009년 소설집 『인형의 마을』로 제12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으로 ​제12회 이병주 국제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 『사랑보다 낯선』 『인형의 마을』 『호텔 캘리포니아』 『내 마음의 옥탑방』 『가시면류관 초상』 『운명게임』『비밀문장: 지구행성 게스트하우스 손님용 보급판』​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내 영혼은 길 위에 있다』 『반짝이는 것은 모두 혼자다』 『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 『소설가』 『검색어 : 삶의 의미』​ 『소설창작 인생창작』​​ 등이 있다. 

 

박상우 공간

 

검색어 : 삶의 의미
당신과 똑같은 존재가 우주에 여럿 있다면
탈출하고 싶으면 빨간 알약을 먹어라
액을 피하고 싶은가, 액을 부르고 싶은가
어디로 가야 할지 머리로 고뇌하는 인간의 형상
우리는 극복하는 자인 동시에 극복되는 자이다
‘구하라 그리하면 받으리니’의 비밀
모든 사랑은 나에게서 시작해 나에게서 끝난다
스마트폰 도인, 스마트폰 달인, 스마트폰 선각자들에게
인생을 창조하는 약속, 약속을 창조하는 인생
디지털 노마드에게 지구는 너무 좁고 시시해
엄지족들이여,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말라
욕을 처먹어도 행복할 수만 있다면
‘엄마’로 시작해 유언으로 끝나는 인생
나의 친절이 먹고살기 위한 연기가 될 때
‘돈의 순수성’이라는 말, 이해가 되나
먹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
이것도 명작, 저것도 명작, 누구 마음대로 명작인가
빌어먹을 교양, 썩어빠질 교양의 시대에
책과 스마트폰을 맞바꿀 사람이 있을까
티코는 아무리 튜닝해도 그랜저가 되지 않는다
청춘이 끝나면 인생이 끝나고 인생이 끝나면 청춘이 끝난다
중년을 즐기는 셰익스피어의 아홉 가지 생각
인생의 수난극에 당신이 출연해서 연기하는 이유
해가 저물기 직전, 가장 화려하게 타오르는 인간의 황혼
작가의 말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댓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