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몸의 권리장전

소설 단편

이시경 2026-10-11

ISBN 979-11-24893-10-4(05810)

  • 리뷰 0
  • 댓글 0

1,000 코인

  • talk
  • blog
  • facebook

■ 에디터픽 포인트

『몸의 권리 장전』은 한 여자의 몸을 통해 결혼과 사랑, 폐경과 욕망, 정상적인 삶이라는 이름의 규범을 되묻는 소설이다. 내 몸의 감각을 부정하지 않을 권리. 내 욕망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권리. 내 삶이 행복한지 질문할 권리. 소리를 듣는 귀에서 시작해 반응하는 몸을 거쳐, 자기 존재에 대한 권리의 문제로 나아가는 서사가 지극히 자연스럽다. 이 소설의 장점은 성적 욕망을 직접적으로 다루면서도 자극적인 소재의 소비에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층간소음이라는 일상적 문제를 통해 부부관계, 폐경, 사회적 정상성, 여성의 자기검열을 연결하고, 몸의 감각과 욕망의 실재성이라는 질문으로 나아가는 작품.

하는 것과 안 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것과 하고 싶어도 안 하는 것, 하고 싶은데 안 하는 것과 하고 싶은 데 못 하는 것의 차이는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유튜브를 보다 문득 떠오른 발상을 소재로 쓴 소설이다.

그 주체를 몸에 부여하고 싶었다.

그 소리에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여자의 몸이었다. 눈이 떠졌을 때, 여자는 자기 몸에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연신 뜨거워, 뜨거워하며 두 다리 사이로 베개를 끌어당겼다. 낡고 오래된, 좁고 막힌 통로 사이로 축축한 무언가 밖으로 천천히 번져 나왔다.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고 여자는 울고 싶어졌다.

밤마다 여자를 괴롭히는 소리의 진원지는 얼마 전에 이사 온 윗집이었다. 경비 아저씨 말로는, 젊은 여자 혼자 이사 왔다고 했다. 이사 전, 한 달 동안 집수리를 하며 동 전체가 종일 쿵쾅쿵쾅 시끄러운 소음을 낼 때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윗집이 이사 온 다음날부터 안방에 놓인 침대 머리맡 천장 부근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온종일 간헐적으로 이어지곤 했는데,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이 되면 유독 심해졌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여자는 잠을 설쳐야 했다.

소리가 날 때마다 여자는 벽 쪽에 귀를 바짝 붙이고 소리의 정체를 쫓았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지만 어느 순간 여자는 그 소리의 정체에 대해 나름 확신을 갖게 되었다. 낮고 느리게 쿵쿵 울리던 소리는 수 분 후 점차 빠르고 격렬해졌고, 어둠 속에서 쿵쿵쿵 리드미컬하게 미끄러지다 이윽고 여자의 심장에 비수처럼 꽂혔다.

소리가 격렬해질수록 여자의 심장은 빠르게 뛰었고 얼굴과 몸까지 후끈거렸다. 그 소리는 매일, 혹은 이삼일에 한 번씩, 주말에도 예외가 없었다. 소리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꿈속까지 여자를 쫓아왔고 어떤 남자의 환영을 불러일으켰다. 분명 남자가 두 팔로 자신을 끌어안더니 키스했고 서로 체온을 나눈 것까지 기억이 났지만, 도무지 그 얼굴만큼은 기억해 낼 수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꿈속을 헤매는 동안 여자는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가물가물했다. 나이는 몇 살인지, 사는 곳은 어딘지, 결혼은 했는지, 자식은 있는지, 남편은 있는지조차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러다 퍼뜩 잠에서 깨어나면 여전한 어둠과 심장을 울리는 그 소리, 그리고 한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2023-1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 

2024『소설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공저) 출간​

2024『스토리코스모스 소설선 002』​(공저) 출간​​

2026 에디터픽 시리즈01 /소설집『색채 그루밍의 세뇌 효과에 대하여​』출간​

웹북 『데스밸리 판타지』 『나는 그것의 꼬리를 보았다』 『푸에고 로사』 『색채 그루밍의 세뇌 효과에 대하여』 『데니의 얼음동굴』 『나는 이것을 색(色)이라 부를 수 없다』『사평(沙平)』​​『마망』『광안리에서 생긴 일』​​『내 소설의 비밀병기: 활자카메라』​ 출간​ 

 

sky_ist@naver.com

 

몸의 권리장전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댓글

총 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