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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구

소설 단편

주미경 2026-09-06

ISBN 979-11-24893-06-7(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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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픽 포인트

『사구』는 단조로운 이별 소설에서 벗어나 상실·죄책감·애도·소통의 실패를 ‘사막’이라는 이미지와 꿈의 구조로 통합하고 다시 ‘사구’로 수용하는 소설이다. 조금씩 쌓이고, 조금씩 무너지고, 결국 다른 모양이 되는 관계를 상징하는 사구는 완전한 소멸의 공간이라기보다 변화하는 상실의 공간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사구는 이별의 장소가 아니라 이별 후에도 계속 움직이는 마음의 지형이다. 사막과 사구를 구별하고, 공간 자체를 심리의 표면으로 형상화하는 기술, 특히 동일한 장소와 이미지의 반복적 변주를 통해 이별과 상실, 죄책감과 이해, 그리고 심리적 수용에 이르는 비선형적인 내면의 변화가 가시적으로 잘 형상화되어 있는 작품이다. 사막이 모든 것을 말라붙게 하는 공간이라면, 사구는 바람에 의해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면서도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공간이다. 그것은 상실 이후의 인간 심리를 상징한다. 관계가 끝나고 사랑했던 존재는 사라지지만, 그 흔적은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 마음이라는 사구 위에 남아 끊임없이 다른 모양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 『사구』는 비선형적 내면 서사의 형상화가 잘 이루어진 속 깊은 수용의 서사로 읽어야 할 작품이다.

그해 겨울에, 하필이면 신두리를 가자는 계획을 세웠는지 모르겠습니다. 휴무를 어떻게든 알차게 써보겠다는 옆지기가 새로운 곳에 가자며 저를 이끌었던 것 같습니다. 막상 도착하고는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추웠던 기억뿐입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순간부터 신두리 해안의 누워있는 누런 풀들이 떠올랐습니다. 광활한 모래와 바람과 파도로 시끄러웠던 곳은 그렇게 누군가의 이별과 기다림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신두리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그들도 함께 생각날 것입니다. 모든 이에게 이별은 상대적이고, 각자 가진 무게를 짐작도 못 하겠지요. 나만 아프다는 사람이 있고, 네가 더 아프다며 다독여주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어딘가에 이별을 감춰두고 슬퍼하는 이들을 위해, 지나가는 시간이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새벽 다섯 시, 그는 벌써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나를 흔들었다. 해가 뜨기 전에 출발해 도착한 신두리 해안은 바람으로 시끄러웠다. 정신이 얼얼할 정도로 바람이 부는 곳에 데크를 따라 걷는 길이 나누어져 있었다. 십일월의 해안은 풀마저 사막처럼 누렇게 잠겨 있었다.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가 한데 엉켜 얼른 그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해안사구를 도는 가장 긴 코스를 고른 그는 내가 자리를 이탈해도 고개를 숙이고 묵묵하게 길을 걸었다. 한 번씩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무것도 없었다. 흩뿌려진 소똥이 듬성듬성 쌓인 길이 뭐가 좋다고.

주차장 앞에 있는 전시관으로 들어가 점심 먹을 식당을 찾았다. 새벽에 일어난 탓에 앉은 채로 꾸벅꾸벅 졸고 있으니 그가 전시관으로 들어왔다. 그에게 핸드폰으로 검색한 게국지 식당을 말했다.

“여기 오면 게국지를 먹어봐야 한대.”

“게국지가 뭐야?”

“쉽게 말하면, 꽃게 김치찌개 같은 거야.”

무슨 맛일지 짐작도 못 할 음식을 먹겠다고 한 게 실수였다. 차를 타고 오는 내내 서로의 뱃속에서 꾸르륵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쓰린 위장에 커피를 들이부으니 속은 더 부대꼈다. 울렁거리는 속을 누르는데 그가 정말 사막에 가고 싶어졌어, 말했다.

“여기도 이렇게 넓은데, 진짜 사막은 얼마나 광활할까.”

입술을 들썩이다 말을 삼켰다. 무슨 말을 하든 그와 나는 반대하는 말이나 주고받을 것이다. 나가지 못한 말을 잡느라 미간을 찌푸리며 그와 함께 컴컴한 서울로 돌아왔다.

짐은 이게 마지막인가. 해머백을 어깨에 멘 그는 집을 나갔다.

2026-1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

웹북 너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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