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곁에 있어서 보이지 않는 존재가 있다. 늘 곁에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는 건 백안시, 등한시, 투명인간 취급의 또다른 표현이다. 세상에 태어난 모든 존재는 그런 존재를 곁에 두고 있다. 늘 곁에 있어서, 늘 곁에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존재.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루이스 부르주아의 ‘마망’을 만나고 결국 그것이 소설의 제목이 되었다. 소설을 쓰는 동안 ‘마망’이라는 발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절박한 울림을 여러 번 되뇌어보았다. 그 울림이 머나먼 인류의 시초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윗대로부터 아랫대로 면면히 이어져 오면서 마망들의 거대한 공허와 슬픔의 에너지 자장을 형성했을 것이라 믿는다.
나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모든 여성의 이야기로 읽히길 빈다.
요놈!
도망칠 새도 없이, 커다란 손바닥이 그녀를 향해 힘껏 내리쳐졌다. 원목 대지가 갈라지며 천둥 번개가 내리꽂히는 굉음이 울렸다. 그녀의 몸통이 격렬하게 진동하며 다리가 꺾였다. 간신히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의 눈앞에는 목성처럼 거대한 시어머니의 얼굴이 희끄무레하게 펼쳐져 있었다.
다시 손바닥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짝!
그녀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내음이 그녀에게 스며들었다. 흙 내음 같기도, 풀 내음 같기도 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자신이 천국에 온 줄로만 알았다. 붉은 기가 감도는 나무와 초록의 풀들…… 자신을 쳐다보는 어떤 시선이 느껴졌다. 미간을 찡그리자 투명한 유리 너머로 세 개의 거대한 얼굴이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남편, 첫째, 그리고 둘째.
그녀가 천국이라 여긴 곳은 실은 첫째가 마련한 테라리움이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몸을 뒤척였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중심을 잡을 수가 없었다. 중심을 잡으려 할수록 뒤로 나동그라질 뿐이었다. 뒤집힌 채로 허우적거리다 허공에서 버둥거리던 다리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열 개 중, 세 개가 보이지 않았다.
금세 남편과 둘째는 방에서 나갔다. 혼자 남아 테라리움 속 그녀를 유심히 살피던 첫째가 말했다.
엄마, 내 말 들려?
2023-1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
2024 종이책『소설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공저) 출간
2024 종이책『스토리코스모스 소설선 002』(공저) 출간
웹북 『데스밸리 판타지』 『나는 그것의 꼬리를 보았다』 『푸에고 로사』 『색채 그루밍의 세뇌 효과에 대하여』 『데니의 얼음동굴』 『나는 이것을 색(色)이라 부를 수 없다』『사평(沙平)』『마망』『내 소설의 비밀병기: 활자카메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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