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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망

소설 단편

이시경 2025-07-27

ISBN 979-11-94803-19-5(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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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곁에 있어서 보이지 않는 존재가 있다. 늘 곁에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는 건 백안시, 등한시, 투명인간 취급의 또다른 표현이다. 세상에 태어난 모든 존재는 그런 존재를 곁에 두고 있다. 늘 곁에 있어서, 늘 곁에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존재.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루이스 부르주아의 ‘마망’을 만나고 결국 그것이 소설의 제목이 되었다. 소설을 쓰는 동안 ‘마망’이라는 발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절박한 울림을 여러 번 되뇌어보았다. 그 울림이 머나먼 인류의 시초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윗대로부터 아랫대로 면면히 이어져 오면서 마망들의 거대한 공허와 슬픔의 에너지 자장을 형성했을 것이라 믿는다.

나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모든 여성의 이야기로 읽히길 빈다.

엄마, 날이 너무 따뜻하지?

첫째가 울먹이며 물었다. 그 말을 끝으로, 첫째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첫째는 화단 가운데 가장 해가 잘 드는 곳에 자영을 올려두었다. 한참을 한 자리에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던 첫째가 어디론가 자리를 떴다.

잠시 후 첫째가 다시 돌아왔다. 한 손 가득 보드라운 풀잎을 뜯어와 자영의 몸 위에 이불처럼 덮어줬다. 따스한 햇살과 적당한 그늘이 시원했다.

엄마, 자주 보러 올게.

첫째가 말했다.

그래, 또 보자꾸나.

자영이 말했다.

자영은 따스한 햇살에 절로 눈이 감겼다. 이대로 잠이 든다면 꿈에서라도 저 머나먼 태양에 다다르게 될지 모른다. 부신 햇살과 온기의 원천인 그곳에 도달하는 꿈을 꾸는 사이, 그녀의 사지는 서서히 굳어갔다. 완전히 굳어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되었을 때, 자영의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2023-1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 

2024 종이책『소설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공저) 출간​

2024 종이책『스토리코스모스 소설선 002』​(공저) 출간​​

웹북 『데스밸리 판타지』 『나는 그것의 꼬리를 보았다』 『푸에고 로사』 『색채 그루밍의 세뇌 효과에 대하여』 『데니의 얼음동굴』 『나는 이것을 색(色)이라 부를 수 없다』『사평(沙平)』​​『마망』​『내 소설의 비밀병기: 활자카메라』​ 출간​ 

 

sky_i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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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1 어떻게 거미까지 사랑하겠어, 엄마를 사랑하는 거지 박은비 2025-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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