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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두칠성의 복사점에 관한 사적 견해들

소설 단편

주한나 2025-07-13

ISBN 979-11-94803-18-8(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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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붉은 달을 피해 무작정 도망쳤다. 어깨를 스치는 날카로운 이파리, 습한 공기,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밟히는 이끼, 아무렇게나 뒤틀리고 꺾인 나뭇가지들, 부패한 낙엽 냄새,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천둥소리, 잔뜩 찌푸린 하늘.

얼마나 걸었을까. 작고 아담한 오두막이 보였다. 칠흑같이 어두운 그곳도 피난처로 느껴지지 않았다. 다시 밖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문은 단단히 닫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오두막에 가득 차 있는 적막에 귀가 터질듯했다. 번쩍 번개가 친 순간이었다. 내가 목도한 것은 수천 개의 실체였다.

「북두칠성의 복사점에 관한 사적 견해들」은 불안이 인도한 작은 흔적이다.

아빠는 못 들은 척, 돌아다니며 창문을 걸었는지 재차 확인하고 암막 커튼을 쳤다. 혹여 작은 빛이라도 새어 나갈까 여미지 못한 부분은 박스 테이프를 붙여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절연 테이프를 현관 유리 구멍에 겹겹이 붙이고 이중 잠금장치를 확인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숙부가 볼멘소리로 투덜거렸다.

-대충해 대충. 왜 이렇게 유난을 떨어?

-이곳이 빛의 복사점이라니까. 서울과는 달라.

-뭐? 복사?

숙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본 아빠가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몇 번을 말하냐? 사건의 중심이라고. 이곳이.

나 역시 지겹도록 들은 얘기였다. 유성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한 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지점이었다. 가상의 점이지만 유성의 발생 시기와 장소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위치라고 했다. 그들이 한 번이라도 출현한 곳을 빛의 복사점이라 불렀는데 그들은 유성과 함께 나타나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드나드는 길을 그들 스스로 만든 까닭에 아빠는 밤마다 빛을 차단하는 수고를 잊지 않았다. 숙부가 그제야 생각난 듯 아아, 탄식을 뱉었다.

2024-4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

 

​hannajoo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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