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러브체어를 찾아서
작가의 말
이민 삼 년 차쯤, 우연히 AV촬영 현장을 목격한 적 있다. 장소는 동네 공원이었고, 인원은 배우와 카메라맨, 감독처럼 보이는 셋이었다. 옷을 벗은 사람은 없었다. 본 게임을 하기 전, 쉽게 말하자면 영화의 오프닝을 찍는 중이었다. 배우의 외모는 평범했고 노출도 거의 없었다. 겉으로는 단정한 회사원처럼 보였다. 하지만 감독이 지시하는 순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옷을 벗는 것도, 저속한 포즈나 대사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몸에 두른 공기가 변했다고 할까. 인격이 교체됐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저 사람도 배우로구나. 연기에 사력을 다하는구나.”
AV산업은 더럽다. 마약과 폭행, 착취의 온상이며, 배우들도 정상 사회의 구성원이 아니다. 보여도 보이지 않는 이면 세계인 것이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자신의 직업을 자랑스러워한다. 다음 생애에도 AV를 찍겠다거나, 업계의 개선을 위해 힘쓰겠다는 등, 마치 인생을 건 것처럼 진지하게 군다. 나는 그 말을 매출을 높이기 위한 수사로만 들었다. 그래봤자 매춘일 뿐이다. 급하게 성욕을 채우는 수단일 뿐이다. 누가 그따위 일에 진심을 담겠는가?
얼마 전 그 작품을 검색해 봤다. 비주류 레이블에 후속작도 없고, 재고도 초도 물량이었다. 나는 두 가지에 놀랐는데 하나는 아이돌처럼 보정된 표지, 하나는 스토리였다. 취업 준비생이 면접을 갔다가 이런저런 남자들과 하는 포르노 식의 서사였다. 밑도 끝도 없는 역겨운 내용에 주연으로 출연한 배우가 불쌍할 정도였다.
괜한 짓을 했다 싶어 창을 닫으려는데, 댓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영상에 달린 리뷰였다.
<최고의 작품. 어린 시절 짝사랑이 떠올라요. 덕분에 오늘도 즐거웠습니다>
빈말이 아니었다. 해당 ID는 일정 주기로 댓글을 달고 있었다. 대개는 단순한 글이었지만, 가끔은 편지처럼 그날의 일을 적어두기도 했다. 나는 정말 궁금해졌다. 그는 무엇을 본 걸까? 그녀에게서 어떤 위로를 받은 걸까? 이 엉망진창, 진흙탕과 같은 메챠쿠챠한 영상에서.
이 글은 그러한 의문에서 시작됐다. 플롯 없는 소설, 서사 없는 인생의 가치를 찾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