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날씨에 대해 우리가 했던 말: 2024 추천작
작가의 말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사랑을 대충 할 수 없듯 사랑 이야기도 대충 쓸 수 없어 꾸역꾸역 시간을 보냈다. 막상 쓰고 보니 사랑이 무섭고 두려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됐다. 날씨에 관한 이야기가 됐다.
임수정의 사랑은 언제나 수정 가능한 변수이고 임수용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 상수, 절대적인 수용이다. 그 교집합에는 두려움이 있다. 사랑받고 사랑하는 일, 그건 언제나 유예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언제고 끝나고 말.
동시에 사랑의 대상은 언제나 절대적이다. 그러기에 의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초라하고 비루한 현실과 계급, 시간뿐일지도 모른다. 찰스 부코스키의 시에서처럼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다.
그래서 날씨가 중요했다. 모든 비가 생성과 성숙, 소멸의 단계를 거치듯 관계의 속성에 대해 말할 수 있어 좋았다.
“봄비는 쌀비야. 많이 오면 가을에 곳간이 그득 찬다는.”
좋은 날씨만 계속되는 날도 나쁜 날씨만 계속되는 날도 없다.
계절처럼 사랑은 가고 온다.
그러니까 결국은 자기 자신이 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