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안함
나는 소설의 신을 만났다
작가의 말
소설을 쓴다는 건 경험상 매우 효율이 떨어지는 일이다. 책을(그것이 지긋지긋할 만큼 재미가 없어도) 끊임없이 읽어야 하고, 문장과 구성 훈련을 최소 몇 년 이상 해야 한다. 긴 시간을 들여 완성한 소설은 대부분 졸렬하기 짝이 없다. 운 좋게 작가가 되어도, 손바닥만 한 화면에서 소설보다 재밌는 것들이 무한대로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가뜩이나 줄어든 독자는 더 줄어들 예정이다.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미래마저 불투명하다.
소설가란 도태종(淘汰種)이다.
평생 신을 섬긴 수도자가, 근대가 시작되었다고 해서 신을 버리지 못하는 것과 같다. 솔직히 신보다 소설이 먼저 죽게 생겼다.
그럼에도
굳이
기어코
끝내
사랑하는 이의 절박한 만류를 뿌리치면서까지
소설을 써야겠다면
여기 ‘내’가 ‘당신’의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