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빈 상자: 2025 추천작
작가의 말
깜깜한 새벽, 아파트에 떠 있던 하나의 불빛을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됐다.
빛은 불안하지만 친근하고 따뜻해 보였다. 다른 누군가도 나처럼 어둠 속에 숨어서 위로받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빛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울림은 한동안 계속됐고, 예측할 수 없는 이들과의 공감도 이어졌다.
그러니 소설 속 수영에게도 창피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
새벽 네 시 수영이 몰두했던 빛은 우리 중 누군가의 빛이었을 수도 있다. 창 너머 어둠을 헤아려야 했을 누군가의 염원이 타오른 것일 수도. 우리는 서로의 빛을 품에 안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보이지 않지만, 해가 떠오르면 사라지지만, 그만큼도 충분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소설의 두 번째 결말은 이렇다. 수영의 짐이 채워진 빈 상자는 또 다른 시작을 맞이하듯 문밖에 서서 택배 기사를 기다린다. 아파트는 멀어지고 있지만,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곳을 총총히 빠져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