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허방 안에 서는 법
작가의 말
여객선이 가라앉아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들이 익사하고, 핼러윈을 즐기러 나온 젊은이들이 밀려 거리에서 압사당하는 세상이다. 지하철에 불이 나 승객들이 죽고, 쇼핑하러 갔다가 백화점이 무너져 죽고, 버스를 타고 등교하다가 다리가 끊어져 죽고, 폭설로 강당 지붕이 내려앉아 오리엔테이션 중이던 대학생들이 죽고, ……죽고, ……죽었다. -본문 중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는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남에게만 일어나라는 법도 없다. 그렇다고 속으로 삭이고 눌러두며 사는 것이 맞는 것일까? 이것이 문제의식의 시작이었습니다. 내가 겪는 작은 소음과 진동에서 시작해 실체가 없는 상대에게서 느끼는 불편과 불통, 그로 인해 고통받는 희생자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으로 문제는 더 커졌습니다.
80매짜리 단편 하나를 아주 오래 잡고 쓰면서 여기저기 헛딛고 허우적거렸습니다. 때로 울컥했고 때로 화가 났고 때로 속이 시원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이 모든 감정을 독자들에게 펼쳐 보이려 합니다. 허방에 빠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