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당신의 선은 어디인가.

주미경 2026-08-09

  • talk
  • blog
  • facebook

 단숨에 작품을 다 읽고 나서 소감은 재미있다, 였다. 이렇게 술술 읽힐 수가. 간결한 문장에 감탄하고, 플롯에 감동하며 일독이 끝났다.

 

 하지만 단순, 재미있다, 라는 감상으로 이 작품을 감히 평가할 수 없다. 읽고 또 읽으면서, 자연스레 사이사이 그어진 선이 보인다. 가해자의 선, 피해자의 선, 인간의 선, 안드로이드의 선이 선명하기도, 흐릿하기도 하다. 그 선의 경계는 영원히 넘을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은 믿었던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의 신념이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무너지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각자 가진 고통은 전혀 다른 기억으로 남아 괴롭힌다. 왜,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어야 하는가. 왜 피해자는 오롯이 피해자일 수 없는가. 그들이 가진 신념은 왜 정당화되어야 하는가. 

 

 개인이 가진 기억과 자기 합리화가 얼마나 많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 [닥터]는 그런 인간의 모순을 보여준다. 너의 기억은 틀렸어, 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그림자를 따라 홀로 묵묵하게 선을 넘는다.

 

 인간은 아마 영원히 모를 그 너머에 [닥터]는 0과 1이 되어 인간이 원하는 무한대를 떠돌아다니고 있지 않을까. 인간이 넘어서려고 하는 그 공간을. 유한한 인간이 신의 영역으로 가기 위해 발버둥 친다. 무한함마저 가지려는 인간의 욕심의 끝은 결국 공허, 아무것도 남지 않는, 실체가 없음을 다시 깨닫게 한다.

 

 인공지능이 무섭게 발전하는 현실에서, 인간임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닥터]는 보여준다. 나에게 편향의 무서움마저 일깨워준 멋진 작품임에 틀림없다.

 

 

 작가님에게 많은 응원을 보내며,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건필하시길!

댓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