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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이별로 건너가는 순간

이시경 202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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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읽는 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도 잘 우는 법이 없는데, 주책맞게도 고작, 소설 한 편에 눈물이 났다. 이별이라는 소재는 자칫 신파로 흐를 여지가 많은데,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 독자에게 감정을 강요하는 대신, 감정 버튼이 저절로 눌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십 년간 부부로 살았던 지훈과 서윤이 이혼하기 전, 마지막 하루를 다룬다. 한때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꾸며 함께 장만하고 가꾼 가구들이 모조리 빠져나간 텅 빈 거실. 그곳에 남은 것은 ‘잔인할 정도로 길고 정직한’ 햇살과, 그 빛의 ‘역광을 받으며 정적 속에서 느리게 소용돌이치는’ 미세한 먼지뿐이다. 

 

빈 것은 거실만이 아니다. 가구가 실려 나간 자리처럼, 두 사람 사이를 채우던 것들도 어느새 하나씩 빠져나가고 없다. 사랑이 멈춘 자리에 남은 것 역시 먼지처럼 날리는 텅 빈 온기뿐이다. 내일이 되면 서로 남남이 될 그들에게는 어떤 사랑이 남아 있을까.

 

그들은 지훈이 끓인 김치찌개로 마지막 식사를 한다. 결혼 내내 한 번도 변하지 않은 레서피, 이별의 순간에조차 그대로다. 다만 지훈은 말 대신 남은 두부로 마음을 건넨다. 두 사람은 안다. 그들 사이에서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사랑을, 그리고 그것이 완전히 식기 직전 아직 남아 있을지 모를 약간의 온기를. 그러나 그들은 그 온기를 붙잡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방식으로 삼킨다. 지훈은 지훈대로, 서윤은 서윤대로. 

 

사랑이 이별로 건너가는 순간을 이토록 정확히 포착한 작품을 만나 한 독자로서 기뻤다. 한 때 사랑이라 불렀던 사람을 떠나보내는 법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우리는 평생 사랑을 ‘시작하는’법과 ‘멈추는’법을 번갈아 배우는 중인지도 모른다. 

 

각자 뒤돌아서는 그들이, 부디 너무 많이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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