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김치찌개를 끓여 먹고 싶은 밤

이상헌 2026-06-16

  • talk
  • blog
  • facebook

아, 김치찌개 먹고 싶다. 

 

이 작품을 다 읽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김치찌개에 딱히 원한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정말 별 것 아닌 소설인데, 이혼을 앞둔 부부가 김치찌개를 끓여 먹으며 지난날을 회상하는 것 뿐인데 왜 이리 눈앞에서 그들을 목도하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고 가슴 저린지. 

 

지훈과 서윤, 단 두 명의 주요 등장인물이 이사와 이혼을 앞둔 집에서 김치찌개를 끓이고, 먹고, 마무리하는 과정은 가히 인생의 희노애락과 닮아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소설의 매력은 심사평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핍진성이지만, 나는 그에 더해 이 작품에 내재되어있는 아포리즘에 대해 말하고 싶다. 아포리즘, 그러니까 잠언을 이야기하는 문학 작품은 흔히 실패하기 좋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진리를 흉내내는 것만큼이나 쉽고 어설픈 일은 없으므로. 활용 관건은 그걸 얼마나 자연스럽게, 설득시키냐일 것이다. 이 작품은 그 지점을 바로 무리없이 해낸다. 인물의 대사를 통해 인생의 진리를 과하지 않게 언뜻언뜻 내비치는 순간이 종종 있는데 그게 자연히 설득된다. 무엇보다 앞서 말한 핍진성 덕분에 이미 독자가 이 작품 안에 몰입되어 있는 덕택일 거다. 

 

문장과 묘사 또한 감탄했다. 같은 창작자인 나로선 아직 갖지 못한 경험과 시간이 응축되어 자연발생한 표현들이 곳곳에 흘러넘친다. 조금 과잉될 때도 있다고 느꼈지만 부족한 것보단 훨씬 낫고, 그 과잉 또한 자체로 좋아서 큰 흠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신인 작가의 등장을 환영하며,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댓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