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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라 죽이기

이상헌 2026-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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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의 고통을 다룬 작품은 그간 많았다. 대표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스티븐 킹의 <미저리> 역시 소설 창작의 고통을 전면으로 다루며 공포와 서스펜스로 구현했다. 

 

차상훈 작가의 이번 작품은 그와 주제의 결이 같지만 사뭇 다르다. 바로 쓰고 싶은 '다른 이야기'가 구체성을 띠고 등장한다는 점이다. 보석안을 가진 소녀. 그녀가 그 주인공이다. 

 

그간 비슷한 작품들이 창작자의 고통 그 자체에 천착했다면 이 소설은 작가의 창작의 고통을 다루면서도 또 다른 욕망을 선명히 내비친다. 그 욕망은 '다른' 작품을 쓰고 싶다는 것인데, 과연 작품 속 작가가 그 역시 머잖아 '홍세라'라는 캐릭터에게서 발견한 것과 비슷한 고통을 안겨줄 거라는 사실을 몰랐을까. 

 

작가의 '홍세라 죽이기'는 끝내 성공한 듯 실패인 듯, 아리송하게 끝난다. 조금 더 극적으로 결말을 맺었어도 괜찮았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경험을 작가로서 한 적은 없지만, 어떤 기분과 느낌, 고통일지 충분히 짐작 가능하기에 쉬이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작가의 새로운 캐릭터, '보석안을 가진 소녀'이 여타 비슷한 주제를 다룬 작품들과 달리 '이 작품을 그만 쓰고 싶다'에서 나아가 '그 소설을 쓰고 싶다'까지 닿은 것 같아 한 단계 진일보한 서사라고 생각했다. 

 

아쉬운 점은 장면과 에피소드들이 다소 파편적으로 이어지고 과하게 느껴지며 인물의 대사가 지나치게 소모적으로 느껴지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인데, 그건 어쩌면 이 작가의 매력이고 나와 다른 글쓰기 스타일일지도 모른다는 데서, 무엇보다 그런 것들을 차치하고 일단 재밌고 시의성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별다른 단점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차상훈 작가의 매력은 끝없이 샘솟는 새로운 소재와 설정, 이야기에 있다고 본다. 비록 많은 이야기를 읽은 건 아니지만,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줄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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