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이 소설을 처음 읽은 건 작가의 소설집 <춘천 사람은 파인애플을 좋아해>에서였고, 그 다음 이곳에서 다시 한 번 읽었다.
처음엔 무슨 이야기일까, 궁금증이 만발했다. 혹여나 제목에서 풍기는 첫 인상처럼 낯설면서도 너무 터무니없는 이야기이진 않을까 내심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이 소설은 환상과 현실의 '경계'(작가도 앞서 언급한 소설집 인터뷰에서 언급한 테마)를 아슬아슬하게 거닐면서 동시대적 불안과 정체성의 고민을 정확하게 짚어낸다.
방독면을 쓴 바나나, 는 올렉산드르 그림의 표식이다. 나는 다 읽고 나서도 아직까지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모른다. 처음엔 분석하려 했으나 이내 포기했다. 그냥 내버려두었다. 그가 문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며 떠드는 이야기처럼 지금은 이해되지 않지만 분명 언젠가 해석할 필요없이 존재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는 순간이 오리라 생각하며.
후반부, 왜 문을 그림의 소재로 삼느냐는 주인공의 질문에 올렉산드르는 '출구'의 뜻이라고 말한다. 그도 맞겠지만, 올렉산드르에게 문은 출구인 동시에 어느 갇힌 곳-방(편견, 아집 등)으로 내몰리는 통로가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그래서 그는 문을 그린 것이다. 수도 없는 문을 곳곳에 그리고 그를 통해 마법처럼 넘나들면서 자기자신을 횡단한 것이다.
나도 그 문을 가지고 있겠지. 아직 색도, 형태도 잘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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