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살아지고, 또 사라지는
그날 이후로, 세상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 이후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바로 ‘나’였다.
그것은 불시에 닥치는 지진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또 시시때때로 나를 덮쳐온다. 집 밖으로 나서기가 두렵다. 아니, 방 안에 있어도 마찬가지다. 살아 있다는 감각. 그것은 내가 숨쉬고 생동하는 것이 아닌, 어항 속 베타피쉬를 통해 감각될 뿐이다. 그러나 어느 날 ‘삶’의 감각이 죽었다. 어항 속에 배를 뒤집고 둥둥 떠다니는 베타피쉬. 그것이 죽자 내 삶의 감각마저 따라 죽었다.
다 사라지더라. 살아지는 것인지, 사라지는 것인지.
(-본문 중)
고시원 벽에 남겨진 누군가의 흔적을 본다. 그 역시 이 곳에서 ‘나’가 느끼는 두려움의 진앙지에 서 있었던 걸까.
과거의 지진은 ‘나’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이후로 나는 줄곧 혼자였다. 그러나 어찌어찌 살아졌다. 하루하루 언제 또다시 지진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서. 제법 오래 잘 버텨왔다. 그러다 나와 비슷한, 트라우마의 진앙지에 서 있던 지원을 만났다.
그러다 또다시 삶이 지진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같은 자리에 서 있던 우리는 어느새 멀리 흩어졌다. 저 멀리 지원이 보인다. 그러나 그녀는 이제 나와는 다른 자리에 서 있다. 여진처럼 남아 있던 지진이 또 한번 삶을 뒤흔든다. 내 눈 앞에 보이던 것들을 순식간에 앗아간다.
푸름이, 지원이, 그리고...
<너를 넘어>는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다. 흔히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의 주인공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머리로는 잊어버리고 싶지만, 그것은 끝내 잊히지 않는다. 되레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의 위력은 점점 더 강해진다. 왜냐하면, 목각에 깊이 각인된 이름처럼, 그 기억은 ‘나’의 몸에 선명한 감각처럼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언제 지진이 일어날지 모르는 곳에 사는 사람처럼, '나'의 삶 또한 그러하다.
너를 넘어...
흔들림과 버팀 사이, ‘나’의 하루는 그렇게 살아지고 또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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