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나는 짬뽕을 읽으며 나의 과거를 떠올렸다. 나도 삼동으로 돌아가지 않은 날이 있었으니까.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밤이 있다. 자주 있다면, 그건 별일 아닐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정착이라고 믿었던 곳을 떠나야 하는 순간을 만난다. 누구나 다. 운명을 가르는 시간.
젊음은 그런 것들을 과감하게 혹은 가슴 아프게 겪어내야 하는 시절이다. 누구는 그런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고. 하지만, 그럴 때면. 그렇게 통달한 마음으로 견뎌내긴 쉽지 않다.
이 작품 덕분에 삼동으로 돌아가지 않는 그녀와 내가 만났다. 그리고 새로 도착한 곳에서 짬뽕을 시킨다. 먹어야 사니까.
뻔한 얘기 같지만, 우리는 또 새로운 운명을 개척한다.
나는 삼동으로 돌아가지 않은 밤에, 어린이 병원 앞 오래된 그네에 앉아 밤하늘의 별을 세었다. 그 다음 날, 아침, 나는 어느 먼지 창고에서 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짬뽕보다 더할 것도 덜 할 것도 없는 그런 맛이 나는 먼지 창고였다. 그날을 잊지 못해 이 작품을 다 읽은 후에 먼지 맛이 그리웠다. 청춘이었으니까.
작품의 플롯은 인물을 나열해가면서 서사를 배열한다. 독특한 구조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긴 인생의 중요한 서사들을 압축하고 수렴한 작가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짬뽕을 읽고 먼지 같던 지난 날을 더듬었으니, 읽기에 성공한 것이다. 심지어 이 작가의 다른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먹어 보지 않고 맛을 알 수 없듯이, 얼큰한 짬뽕 맛을 직접 보시길 바란다. 당신의 삼동을 만나기도 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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