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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못하는 밤, 나는 바닐라가 서 있던
살가리 마을회관의 소극장 무대를 떠올린다.
무대 위에서 누군가는 자신의 고통을 연출하고
또 누군가는 그 고통을 바라보며 잠에 빠져든다.
불면증 클럽의 의식은 기묘하다.
고통의 연대처럼 보이지만,
고통은 연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각자의 밤을 버티기 위한 도구로만 소모된다.
공감의 의미가 희미해진 시대의 풍경이,
그 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설을 읽고 나서 나는 자신에게 되묻게 된다.
우리는 정말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있는가.
혹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타인의 상처를 무감각하게 소비하고 있는 건 아닌가.
살가리의 밤은 잔혹하지만, 이상하리만큼 리얼하다.
불면의 밤으로부터
누구도 치유되지 않고
누구도 구원받지 않는다.
다만,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다 조용히 잠에 빠져들 뿐이다.
하룻밤의 꿈처럼,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흐릿한 채
몽롱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작가는 살가리 불면증 클럽을 통해
고스란히 되비추고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혹 나는 타인의 고통을 연료 삼아
내 삶을 영위하고 있는 건 아닐까.
작가의 상상력과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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