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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고통이 나의 삶이 되는 건 아닌지

이시경 202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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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못하는 밤, 나는 바닐라가 서 있던 

살가리 마을회관의 소극장 무대를 떠올린다. 

 

무대 위에서 누군가는 자신의 고통을 연출하고

또 누군가는 그 고통을 바라보며 잠에 빠져든다. 

 

불면증 클럽의 의식은 기묘하다. 

 

고통의 연대처럼 보이지만, 

고통은 연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각자의 밤을 버티기 위한 도구로만 소모된다. 

 

공감의 의미가 희미해진 시대의 풍경이,

그 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설을 읽고 나서 나는 자신에게 되묻게 된다. 

 

우리는 정말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있는가. 

혹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타인의 상처를 무감각하게 소비하고 있는 건 아닌가. 

 

살가리의 밤은 잔혹하지만, 이상하리만큼 리얼하다. 

불면의 밤으로부터 

누구도 치유되지 않고

누구도 구원받지 않는다. 

다만,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다 조용히 잠에 빠져들 뿐이다. 

 

하룻밤의 꿈처럼,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흐릿한 채

몽롱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작가는 살가리 불면증 클럽을 통해 

고스란히 되비추고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혹 나는 타인의 고통을 연료 삼아 

내 삶을 영위하고 있는 건 아닐까. 

 

작가의 상상력과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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