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대한민국에 무슨무슨 문학상 허다하지만,
대개의 수상작을 읽고 난 뒤에 남은 후감은
땡감을 씹은 것처럼 떫고 써서 이번에도 아무 기대 없이 읽었다.
하지만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이상하게도 자꾸만 살소름이 돋아
읽기를 중단하고 목차를 열고 작품 뒤에 수록된 심사평을 먼저 읽었다.
심사위원들도 이 소설을 나처럼 읽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구효서, 권지예, 윤대녕 심사위원도
'말할 수 없게' 좋은, 절창이라는 뜻에 값할 만한 소설(구효서)
맵고 쓰고 깊고 비밀스런 인생을 담기 위해 색유리 한 조각도 허투루 쓰지 않고
전술적이고도 다양한 빌드업으로 완성한 수작(권지예)
짬뽕이란 음식의 면발처럼 풀어지는 과정은 오랜 작가적 연마를 거친 작품(윤대녕) 운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수상작을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기억을 더듬어봐도 이 정도 수상작을 읽은 게 언제였던가, 선뜻 떠오르는 게 없어
참으로 오랜만에 수상작다운 수상작을 읽었다는 보람을 느꼈다.
수상작가가 2025년 경남신문 신춘문예당선자라니 신선도까지 증폭시킨다.
퍼즐 맞추기 같은 정교한 구성, 개성적 개릭터, 냉혹한 감정 절제 등등
살소름이 돋게 하는 원인을 찬찬히 분석한 뒤에도
짬뽕 한 그릇으로 소설을 마무리하는 능청스러움에 기분이 후덜덜해져
기어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읽는 내내 걱정했는데
결국 독후감을 완성하기 위해 짬뽕 잘하는 집으로 점심 먹으러 가기로 했다.
읽고 나면 누구나, 아마도 십중팔구는 나같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중국집 사장님들, 이 작가에게 감사장이라도 줘야 할 듯~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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