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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과 이면,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삶

이시경 2025-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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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언제나 고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깊은 곳에서는 끊임없이 지각이 움직이고, 그 파장은 예기치 못한 순간 거대한 해일이 되어 삶을 송두리째 흔듭니다.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이죠. 겉으로는 평온해 보여도, 그 이면에는 언제든 터져 나올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과 변수가 숨어 있습니다. 

 

김수인의 소설 『복잡하게 나쁜 사람들』은 바로 이 예측 불가능한 삶의 이면을 정면으로 마주한 주인공, 선이의 이야기입니다. 한때, 방안에 틀어박혀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던 선이에게, 세상 밖으로 발걸음을 내딛게 해 준 존재가 있었습니다. 바로 해윤이었죠. 그러나 운명처럼 찾아온 비극 속에서 해윤은 세상을 떠나고, 선이는 다시 어두운 동굴로 숨어듭니다.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불행을 그저 눈물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선이는 끝없이 묻습니다. 어디서 잘못된 걸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은 달라졌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후회가 아니라 자기 삶을 이해하려는 몸부림에 가깝습니다.

 

『복잡하게 나쁜 사람들』은 우리가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크고 작은 불행 앞에서, “답 없는 질문을 붙잡는 것”이야말로 삶을 견디는 방법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선이의 목소리 톤이 인상적이었어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점이 호소력을 더해 주었습니다. 오히려 그 건조한 톤 속에서 더 큰 울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미자 할머니’의 등장도 좋았습니다. 선이가 자신만의 동굴 밖으로 빠져나오는 과정이 잘 그려진 것 같아요. 

 

결국, 이 작품은, 누구나 살아가며 맞닥뜨릴 수 있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나의 삶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 다른 선택 혹은 다른 길은 없었을까? 그 질문에 대한 선명한 답은 없을 테지만, 선이와 함께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에 닿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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