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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준 작 ‘멀리서’를 읽고

눈부신아침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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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돈이 되는 일을 하며 살 것인가 하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지를 따져 보게 만든다. 이는 꿈을 좇느냐 현실을 좇느냐 하는 문제가 된다. 돈이 권력이 되는 시대에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도 따른다면 가장 이상적인 삶이겠지만 이런 삶을 사는 이들은 많지 않고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만 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소설 속에서 윤재는 에어컨 설치 보조 기사나 음식 배달 퀵서비스 맨으로 일하고, 승수는 공사 현장에서 잡부 노릇을 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일을 하면서도 연극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않고 오 감독의 진두지휘 아래 연극 준비를 하려고 한다. 영어 강사로 일했던 현지는 뒤늦게야, 무대에 서고 싶다는 욕망에 들떠서 자신도 그들처럼 연극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마음먹는다. 삶의 목표가 돈벌이로 귀착되어 버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하지만 돈벌이도 하면서 연극을 한다는 것은 몸이 약한 현지에게는 버거운 일일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두 가지 일을 병행하면서 시행착오 끝에 적절한 요령을 터득하게 될 거라고 나는 믿는다.

 

지금 이 세상에는 수많은 현지, 윤재, 승수 들이 있다. 그들은 생계를 위한 여러 직업을 전전하면서도 자기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설렘에 가슴이 뛰는 인생을 살기를 응원한다. 편안하게 산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므로. 시련을 거쳐 더 성숙해지면 인생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믿으므로.

 

인상적인 사건이나 극전 반전이 없어서인지 전반적으로 밋밋한 느낌이 드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 소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계도 중요하고 꿈도 중요해서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이들이 처한 현실을 잘 재현해 준 점은 이 소설의 강점이다. 작가님에게 다음 작품을 기대하며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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