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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쇼타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시경 202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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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비 작가의 다섯 번째 작품을 읽었다. 첫 소설, 스코 신인소설상 당선작인 『창』에서부터 줄곧 신작이 나올 때마다 기대하게 된다. 박은비 작가의 소설에는 뭔가 독자를 끌어당기는 묘한 힘이 있는 것 같다. 

 

만일, 스토리코스모스 사이트에 ‘작가 구독’버튼이 생긴다면, 나는 주저 없이 ‘박은비 작가 구독’을 누를 것이다. 

 

인류 최후 증언자의 마지막 쇼타임

 

이번 소설은 제목이 제법 거창하다. ‘인류 최후의 증언자’라니, 과연 어떤 이야기일까?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줄거리를 조금 이야기해보자면, 소설은 삶의 끝자락에 선 주인공으로 시작한다. 그는 높은 벼랑 끝에서 몸을 던지지만, 기적처럼 살아남아 어느 낯선 마을에 발을 들인다. 여기까지만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설정 같지만, 이 소설의 진짜 매력은 뒤에 숨어 있다. 예상치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반전을 만들어내는 건, 다름 아닌 박은비 작가 특유의 상상력이다. 억지스럽지 않고,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딱 ‘한 스푼’의 상상력이 작품의 맛을 살린다. 읽는 내내, ‘아, 바로 이게 박은비 소설이지’하고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 장치가 숨어 있다 그걸 찾아내는 재미가 은근히 쏠쏠하다.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아마도 조금은 공허해질지도 모른다. 내 것이라 믿어왔던 삶이지만, 정작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며, 살아 있는 한 우리는 그저 살아가야 한다. 이러한 삶을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 작가는 우리를 한 발짝 뒤로 물러서게 만든다. 

 

그리고 마침내, 조용히 ‘듣게’ 한다. 

깊은 공허 속에서 잔잔히 울려 퍼지는 어떤 음성을. 

그 음성에 귀 기울이는 한, 

우리는 끝내 무너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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