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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론적 성찰을 불러오는 소설의 힘

얼그레이 202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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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작 <창>부터 강한 개성을 보여준 박은비 작가의 신작이라 기대감을 가지고 읽었다. 

 

이 소설은 한 인물이 극한의 고통 속에서 살아남아, 인류가 갑자기 증발한 세계를 목격하고, 끝내 신과 마주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처음에는 주인공의 개인적인 고통과 좌절이 중심에 있지만, 서사가 전개되면서 그것은 인류 전체의 운명과 맞닿는다. 결국 주인공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한 생존 여부가 아니라, 존재 그 자체의 의미로 확장된다.

 

작품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신’의 모습이다. 신은 초월적이고 숭고한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과 다를 바 없는 피곤한 창작자로 그려진다. 그 신이 “졸작이라서 세계를 지웠다”고 말할 때, 우리 존재의 의미가 무너지는 듯한 허무와 아이러니를 동시에 느꼈다.

 

이 소설은 읽는 내내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단순히 한 개인의 절망을 넘어, 독자로 하여금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 존재 자체를 깊이 성찰하게 하는 힘을 가진 작품이었다.

 

박은비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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