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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츠 같은 다섯의 이야기

reader 2025-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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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희 소설가의 <디에스 이라이>를 좋게 읽어 구매한 소설이다. 단편 가격인 1,000 코인인데도 목차가 다섯이나 있어 놀랐다. 뒤늦게 작가의 말을 확인해 보니, 엽편과도 같은 짧은 스마트 소설이 모인 것이었다.

 

오히려 좋다. 한정된 분량으로 3막 구조, 기승전결이 담긴 소설을 쓴다는 것은 작가로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테지만, 점점 짧아지는 미디어에 익숙해지는 요즘, 독자로서 반가운 일이다.

 

스마트한 소설이라는 말답게, 편리하고, 독자 친화적인 이야기집이 아닐 수 없다. 가볍고도 재미가 보장된, 그러면서 생각할 거리도 제공하는 다섯의 이야기였다. 쇼츠처럼 짧지만, 무의미한 쇼츠와 다르게 세상과 삶, 세태에 대해 독자로서 사유할 거리로 넘쳐났다.

 

그러니까, 재미있고 의미도 있으며, 경박하지도 않다.

 

가성비 좋은 소설이라고 할까. 세상의 변화에 맞춰 이런 시도가 있는 것이 흥미로웠고, 오랜만에 편하게 독서할 수 있어 좋았다.

 

추천을 위해 각각 이야기들의 내용과 짧은 감상만 남긴다.

 

수압: 집을 보러 간 젊은 남자와 수수께끼 집주인 노인의 이야기이다. 공포 구전처럼 읽힐 수 있는 이 소설은 부동산 세태를 무섭게 풍자하고 있다.

 

배를 팔아먹는 나라: 투표권을 정당하게 양도양수할 수 있는 법안이 발휘되고, 그걸로 일어나는 반대급부로 소설은 이어진다. 조선업 강국인 대한민국, voteboat의 차이, 정치적 무관심. 소설을 읽고 고개를 돌려 세상을 둘러보라. 혹 스토리코스모스 사이트에서 벗어나 네이버 메인으로 가보길. 많은 걸 느낄 수 있을 터.

 

별의 거짓말: 게스트하우스 사장과 그전 약속을 지키려 찾아온 젊은 여인의 짧은 재회를 그린다. 청년세대의 방황, 무심한 시대정신, 그것을 아름다운 밤하늘로 낭만적으로 은유한다. 수많은 별의 이미지가 아름답다.

 

초대의 매너: 갑자기 나갈 수 없는 이상한 단톡방에 초대된 남자, 모르는 사람 끼리 단톡, 이어지는 정체불명 살인극이다. 가장 분량이 길고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카프카 <변신>의 도입부라든지, 시시포스 같은 닉네임의 상징을 하나둘 살피다 보면, 작가의 효율성, 꼼꼼함과 함께 초대의 매너란 제목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된다. 또한 그 아이러니는 제로섬 게임 중인 우리 사회와 딱히 다르지 않다.

 

보물: 보물-인류의 고귀한 유산-을 숨긴 남자가 압수수색을 받는 이야기다. 남자의 욕망, 박과의 심리 싸움이 이어지다가, 커다란 갈등이 터진 뒤 마지막에 보물을 어루만지는 주인공의 이미지는 인간의 본성을 선연히 드러낸다.

 

짧은 문학이라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재미만을 위하는 것이 아닌, 인생과 인간에 대해도 다뤄야 한다. 뛰어난 스토리텔링과 독창적인 상상을 기본으로, 문장마다 두어 개, 혹 네댓의 의미가 복무해야 하고, 쓰는 이는 극도의 절제와 계산, 전에 없던 스마트함과 효율성을 요구받는다.

 

이런 시대적 요구가(최소한 문학가들에게는) 약간 창작자 착취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작가가 그 어려운 일을 해 주었다. 순문학 입문자, 혹은 복잡한 공법과 진중한 담론에 지쳤거나, 날이 너무 더워 조금 가볍게 독서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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