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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처럼 붙은 이상한 것들

츠지 2025-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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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치지 마라>는 인간이 꼬리를 가지는 것이 당연한 근현대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배경이 흥미로운 소설, 그러니까 작가의 아이디어가 시발점부터 빛난 소설은 대부분 간결한 서사만으로 새로운 감흥과 흥미를 일으키고, 알고 있던 것을 낯설게 다시 보게 해준다. 이 소설도 그런 축에 속하지만, 간결함 이상의 스케일을, 속 시원한 거대 서사를 갖추고 있다.


주인공 태윤은 모두가 꼬리를 가진, 꼬리 이식술이 트렌트가 된 세상 속, 꼬리를 가지지 않은 인물이다. 사회의 제도에 따르지 않는 그는 이런저런 무시와 오해에 시달린다. 고집이 세든, 뭔가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이라는 등의 속절없는 인식에 갇히기도 한다.


그런 태윤이 실은 순혈테일, 그러니 태어났을 때부터 꼬리를 가진 인간이었다는 것, 그 꼬리가 베일에 싸인 엄마라는 인물과 관련이 있다는 것으로 서사는 전개된다. 태윤은 꼬리라는 제도 안에서도, 테일테크라는 회사에서도 경계에 선 인물이다. 남과 달라 차라리 무결한 인물로서, 그는 현재의 직업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직업은 작고도 개인적인 사건과 버무려져 그 볼륨을 키운다. 전개가 빠르고 시원시원한 이야기이다.


꼬리가 너무나 자연스러운 사회를 그려낸 작가의 솜씨에 감탄하면서, 그 속 아이러니와 어느 면에서는 무척 우스운 소설 속 세태를 즐기며 독서하면서, 섬뜩함이 몰려왔다.


우리는 모두 꼬리를 가지고 사니까.


사회가 만든 시스템 속 우리에게 따라붙는 것은 무수하다. 그런 제도의 의의는 무엇인가. 뭐든 그럼직하다. 이 소설 속 꼬리의 기능만큼. 허나 그 의의는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던가, 혹은 그저 만들어진 의의에 불과한가. 고민할수록 질문은 구태의연해지되, 인상 하나가 강렬해진다.


이상하다.


모두가 하기에 따르는 건 이상하다. 어떤 행위가 꼬리처럼 달라붙는 건 이상하다. 다르다고 배척하는 건 잘못되었다. 소설은 그런 이상함을 속 시원히 깨부수어 준다. 그게 작가가 던진 커다란 담론에 대한 해답은 아니라 생각되지만, 최소한 이 소설의 독자로서는 커다란 해소를 선물 받았다.


소설을 읽고 모두 자신의 꼬리는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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