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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탄생으로 주인공이 이른 곳

김유 202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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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입부터 좋았다. ‘도’가 죽었지만, 입속의 알들은 흩어지고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아들이 죽어도 살아가고 먹는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때,

 

어떤 죽음은 달콤하다. 


  소설가를 꿈꿨던 아들이 썼던가, 하고 주인공은 문장을 떠올린다. 

  동태알은 고소하고 달달하다. 그것을 느낀 주인공은 무의식중에 죄책감 같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아들이 쓴 문장을 떠올린다. 동태의 죽음이 인간의 미각에 달콤함을 주어서 떠오른 문장 같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죽은 아들을 한시라도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주인공의 상태를 보여준다.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는 뭘 해도 아들을 생각하게 되는 거다. 

 

  남편 황석은 그래서 대장암 3기인데, 굳건하게 임신했다고 믿는다. 그리고 남편은 이렇게 말한다. 

 

도가 나한테서 다시 태어나려나 봐.


  아들을 잃은 슬품과 그리움이 임신한 남편으로 잘 형상화 되어있고, 어떤 뻔한 말 없이 독자는 서사로 그 감정을 전달 받을 수 있다.

 

  나는 이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해서 읽었다. 남편이 말하는 것은 진실일까 싶어서. 읽고 다들 확인해 보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결말이 특히 좋았다. 그 울음은. 언젠가 있었고, 진짜로 주인공의 귀에 들리는지도, 주인공이 내는 소리일지도. 결말까지 독자를 사로잡은 소설은 끝까지 실망하게 하는 법이 없었다. 왜 이 작품이 당선되었는지 알겠다.

 

  결말에서 느낀 환상성은 본질에 닿았다고 믿는다. 읽으실 분들을 위하여 다 밝힐 수 없지만, 주인공에게 거듭된 고통이 어떤 지점에 이르렀는지 다른 분들과도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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