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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유 이야기: 2022 수상작가 자선작

현진건문학상 단편

이근자 202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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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현진건문학상 수상작가 자선작

‘기유 이야기’는 기유라는 아이가 살아온 4년여의 행복하고 슬픈 생애에 대한 기술이다. 현대라는 현재 어떤 시선으로 ‘기유’를 바라볼 것인가는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작가의 감정은 이미 중요하지 않다.

기억을 하라니. 아빠는 큰 무대에서 내가 쓸 모자를 사러 가자고 말했고, 엄마는 외국 여행에 나를 데려간다고 했다. 이제 와 생각하니 아빠엄마의 그 말이 저 하늘에 있는 별만치 멀고 아득하게 느껴졌다. 무서웠다.

‘할아버지 기유에게 돌아와요…… 할아버지 기유아빠는요, 제우스클럽에서 노래 불러요. 주말 밤 열 시예요. 집은 블루밍 오피스텔 1004호예요. 엄마는 서울에, 이름이 긴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요. 할아버지, 저를 데려갈 수 없으면 아빠엄마에게 이것만 알려주세요. 제가 여기 있다고요. 기유가요 깜깜한 데는 무서워한다고요……’

왜 못가에 누워있는지, 나는 계속 생각했다. 마지막 기억을 곱씹어도 기유와 뛰어놀았던 것만 생각났다. 못 둑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나는 기유에게 공을 찼다. 사람들의 다리 사이로 비치볼이 굴러갔다. 기유가 공을 잡으러 뛰어가다 철책을 넘었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이 기유를 데려와 내 품에 안겨줬다. 그리고…… 그리고 할아버지를 만났다.

어떻게 하면 못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움직일 수 없고 할아버지는 힘이 없다고 했다. 바람길로 오가는 할아버지니 힘이 없다는 말이 사실일지 몰랐다. 왜라는 똑같은 생각에서 맴을 돌아 머리가 아팠다. 나는 마음을 바꿔먹었다. 수성못엔 할아버지 말고도 사람들이 많았다. 분명 이 중에서 나를 도와줄 사람이 있을 거였다. 착하고 힘센 사람을 찾아야 했다. 눈을 부릅떴지만 잠이 쏟아졌다.

2011년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바닷가에 고양이의자가 있었다」가 당선되었고 대구문학상을 수상했다. 2018년 「옥시모론의 시계」가 ​극단 연인에서 연극으로 제작 공연되었고, 2020년 소설집 『히포가 말씀하시길』​을 출간했다. 2022년 ​​『아침은 함부르크로 온다』로 현진건문학상 대상 수상

 

macpen20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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