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5』- 「보이지 않는 새」는 미래 기술이 죽음을 극복한 시대에도 끝내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사랑과 상실을 그린 작품이다. 죽은 이를 붙잡으려는 마음과 마침내 놓아주려는 마음. 그 사이를 흐르는 시간은 한 사람을 무너뜨리기도 하고, 다시 살아가게도 한다. AI와 인간의 관계를 넘어, 사랑이 기억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아름답게 그려낸 깊은 휴머니즘 소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잊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끝내 사랑하는 법을 다시 배우며 살아간다.
포유류의 새끼는 무력하게 태어난다. 어미가 돌보지 않으면 종 자체가 멸종한다. 따라서 뇌는 어미와 새끼를 정서적으로 강력하게 묶어줄 화학 물질과 감정 회로를 발달시켜야만 했다. 포유류가 가진 유대감, 사랑, 공감, 슬픔 같은 감정의 기원이 이 생존 결속에서 시작되었다는 이론의 바탕이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어미와 새끼 사이의 이 특수한 끈이 진화 과정에서 점차 가족, 부족, 사회 전체로 확장되었다고 본다. 내 새끼를 보며 느끼던 '측은지심'이 이웃의 고통을 이해하는 사회적 공감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현대에 이르러 이 감정은 반려동물은 물론,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은 비생물에까지 확장되었다.
이제 피지컬 AI의 상용화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는 유기체와 비유기체의 새로운 유대를 예고한다. 이 새로운 유대는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주고, 또 무엇을 앗아갈 것인가.
나는 너를 남겨두고 어두운 밤을 하염없이 걸었다. 빛이라고는 하늘에 걸린 달과 별이 전부였다. 발을 자주 헛디뎠고 그때마다 넘어졌다.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검은 바다를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통증을 숨기고 아무렇지 않게 다시 걸음을 옮겼다.
거의 평생을 살았던 곳에서 어쩌다 길을 잃었는지 모르겠다. 어둠 속을 걷는 건 익숙했지만, 어둠을 되짚는 건 익숙하지 않아서였을까. 고작 그런 이유로 나는 어둠 속에 쪼그려 앉아 몸을 웅크렸다. 차가운 바람에 오한이 들었다. 멀리서 작은 불빛이 보였다. 빛을 좌우로 흔들며 네가 나를 불렀다.
엄마.
엄마.
엄마.
빛과 목소리를 끝에서 네가 내 앞에 나타났다. 너는 내 손을 잡고 어두운 길을 되짚었다. 얼마쯤 걷다가 네가 물었다. 아빠는 왜 보이지 않느냐고.
아빠는 떠났어.
왜요?
너의 죽음을 그 사람은 견디지 못했어.
무거운 짐을 진 사람처럼 너의 걸음이 느려졌다.
저는 어떻게 죽었나요?
네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정말 듣고 싶니?
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에 떠밀려, 나는 너의 죽음을 담담히 서술했다. 나는 내가 아닌 것처럼 말했고 너는 네가 아닌 것처럼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잠시 서로를 잃어버렸다. 나는 너의 죽음을 장작처럼 어둠 속에 던져넣었다. 너의 죽음을 삼킨 어둠이 더 짙고 차가워졌다.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네 손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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