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약을 주세요>는 '봄내'라는 약을 손에 넣고 싶은 여자의 욕망을 그렸다. 그건 권태에 빠진 연인들의 사랑을 되살리는 약이다. 휘발되어 멀어진 사랑을 다시 붙잡고자 하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분홍색 알약. 나는 '정말 그런 약이 있나?' 하면서 안내견 몽이를 데리고 다니는 여자를 따라갔다. 그럴듯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안겨주는 상상력. 치밀하고 구체적이지 않으면 건져올릴 수 없는 매력이다.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은 문장으로 지어올린 소설의 집이기에 우리의 이야기로, 우리 삶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문학적 노련미가 엿보이는 당선자만의 '향기'가 오래도록 코끝에 맴돈다. (김설원 / 심사평 일부)
사랑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의 유효기간은 한 사람당 1~2년이라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호르몬 분비가 줄고, 상대를 더 이상 매력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겁니다.
뜨거웠던 마음이 차갑게 식어가는 것이 때로는 신체의 통증보다 아프게 느껴집니다. 권태감도 질병처럼, 약으로 치료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다가 이 소설을 썼습니다.
보고, 듣고, 만지고, 맡지 못한 세상을 쓴다는 것이 스스로 섣부르게 느껴져 주저할 때도 있지만, 이번 수상은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글을 쓰고자 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제발 그 약을 주세요.
나는 하얀 가운을 붙잡고 빌듯이 말했다. 의사는 내 앞으로 관계 증명서를 내밀었다.
약을 처방해 드리려면 필수사항 두 가지가 충족되어야 합니다. 하나는 두 분이 과거에 상호 애정 관계에 있었다는 증거, 다른 하나는 상대방분께서 이 관계를 이어 나갈 의향이 조금이라도 있다는 것을 보여줄 증거입니다. 우선 첫 번째 사항에 대해서 뭔가 증명을 할 만한 것이 있을까요? 혼인신고서나, 두 분의 공동명의로 된 건물의 등기부등본 같은 것들이나, 기타 법적으로 증명된 사항이요.
다른 건 없고, 한 오 년 전에 법원에 가서 생활 동반자 관계를 등록했는데 혹시 가능할까요?
내가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서 입원했을 때, 너는 혈연이나 혼인 관계가 아니어도 보호자가 될 수 있는 법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서로의 보호자가 되었다. 그것은 우리 사이에 사랑이 실재함을 되새기는 무형의 의식이기도 했다.
그건 인정이 될 수도 있긴 한데, 가임 관계가 아니시라면 그래도 처방받기는 어려우실 겁니다.
안 된다는 건가요?
추가적인 증거가 필요해요. 두 분이 함께 찍은 사진이나, 애정 표현이 포함된 메시지, 그게 아니면 통화 녹음 파일 같은 거라도 있을까요? 선물 구매 명세표도 가능하고요.
그런 것들이 사랑의 증거라면 그 어떤 방식으로도 우리의 사랑을 증명할 수가 없었다. 우리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사랑한다는 말을 텍스트로 남긴 적도 없었다. 우리는 평일 내내 바쁘다가 주말에 한 침대에 누워서야 사랑한다는 말을 속삭였다. 나는 네 선물을 고를 수 없어서 내가 직접 만든 것을 선물하거나, 아니면 너의 안목에 온전히 맡겼다. 네가 그동안 나에게 준 선물의 구매 명세표가 있는지는 내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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