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2』- 「어느 날 단풍나무가 죽으면」 은 미래를 예측하는 SF가 아니라, 완벽함을 꿈꾸는 오늘의 인간에게 던지는 깊은 질문이다. 우리는 무엇을 얻기 위해, 무엇을 잃으며 살아가는가. 그리고 인간은 언제 비로소 자기 삶을 살게 되는가. 유전자 설계와 인공지능, 기억과 무의식을 소재로 삼으면서도, 끝내 인간의 자유와 욕망, 사랑과 상처의 의미를 묻는 작품.
자크 라캉(Jacques Lacan)은 말했다.
Le désir de l'homme est le désir de l'Autre.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다.
그렇다면 타자의 욕망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그 역시 또 다른 타자의 욕망에서 기원했을 것이다.
우리는 욕망의 근원을 찾아낼 도리가 없다. 거슬러 오르고 또 거슬러 올라간 시작점 끝에서 결국 '알 수 없음'과 마주할 뿐이다.
여기서 질문이 바뀐다.
타자의 욕망을 살아가는 우리, 과연 자유로운 존재인가.
어쩌면 그것이 모든 비극의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누구죠?
절망자라고 합니다.
제가 철학을 선택하고 글을 쓰는 것도 엄마의 선택이었나요?
당신의 어머니가 원하던 삶이었습니다. 정상적인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타인을 받아들입니다. 불행히도 당신의 어머니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죠.
절망자가 가야를 엄마에게 이끌었다. 칼끝이 엄마를 향했다. 칼끝에 선 엄마는, 움직임이 거의 없는 그래서 대리석 조각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회초리를 들고 단정하고 차가운 표정으로 어린 가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엄마 앞에 칼과 가야를 둔 절망자가 뒷걸음질 치며 조용히 물러섰다.
가야는 엄마를 불렀다. 엄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결국 칼이 떨어졌다. 절망자가 엄마와 어린 가야를 어둠 속으로 밀어냈다. 절망자가 다가와 미소를 지으며 가야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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