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4』- 「방하착(放下著)」은 AI와 불교, 죽음과 기억을 하나의 서사로 엮어낸 소설이다. 기술이 인간의 생명을 끝없이 연장할 수 있는 시대에도, 끝내 해결되지 않는 질문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놓아야 하는가'임을 조용히 들려준다. 죽음을 극복한 문명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인간. 그 사이에서 이 소설은 삶의 마지막 자유를 묻는다.
부처는 말했다.
모든 것은 변하며, 고정된 실체는 있을 수 없다고.
제법무아 (諸法無我)
제행무상 (諸行無常)
이는 일정 수준 이상의 통찰이 있다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단순명료한 진리다. 그러나 때때로 이 명료함이 버겁게 느껴진다. 나의 욕망은 모든 것이 영원하기를, 고정된 실체가 있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아는 것과 체득하는 것 사이에는 이토록 깊고 넓은 협곡이 존재한다.
진리와 욕망 사이를 오가며 번뇌하는 이를 '중생'이라 한다. 부처는 이러한 오감이 사라진 상태이기에 여래(如來), 불생(不生), 이악(離惡)이라 불린다.
방하착(放下着)은 선불교에서 유래한 말로, 한자 그대로 풀면 '움켜쥐고 있던 것을 아래로 내려놓으라'는 뜻이다.
형제는 만납니까?
심해의 말에 닥터가 아니라고 대답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는 양성운이 아닙니다. 양성운은 그날 그곳에서 죽었어요. 저는 그냥…
만들어진 존재에 불과하다는 겁니까?
닥터는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나요?
초기에는 자주 생각했습니다. 자신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졌어요. 하지만 정보량이 늘어나면서 자아가 점점 희미해지더군요. 그 과정에서 감정도 잃어버렸습니다. 그래도 선생님을 만나니 새삼 궁금해지네요.
뭐가 궁금한가요?
선생님이 기억하는 양성운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심해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닥터와 마찬가지로 그에게도 남아있는 기억이 거의 없었다. 차이가 있다면 닥터는 채워서 잃었고 심해는 비워서 잃었다. 그렇다고 모든 걸 잊은 건 아니었다.
아이가 중학교 때로 기억합니다. 며칠 동안 시무룩하기에 불러다 물었죠. 무슨 고민이 있느냐고. 아이가 저를 빤히 보더니 삶은 뭐냐고 묻더군요. 멀뚱히 있는 저에게 아이가 질문을 계속 던졌어요. 신은 있는 거냐, 죽은 다음에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냐. 태어난 이유가 뭐냐. 살면서 그렇게 무서운 질문 세례는 처음이었어요.
기억납니다. 그때 선생님이 대답했지요. 잘 모르겠다, 훗날 알게 되면 꼭 알려주마, 라고. 무척 실망했었죠. 아버지는 뭐라도 대답을 알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닥터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심해가 걸음을 멈췄다. 닥터도 멈춰 뒤를 돌아봤다. 심해는 입을 살짝 벌린 채 멍한 눈으로 닥터를 바라봤다. 바람이 불어 낙엽이 흩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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