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석(同席)'이라는 평범한 직장 용어를 인간관계의 근원적 은유로 확장한 소설. 작품 안에서 '함께 앉는다'는 행위는 교육이자 신뢰이며, 동시에 관계의 마지막 경계가 된다. 이처럼 일상의 언어 하나를 작품 전체의 구조 원리로 확장한 점은 이 소설의 가장 뛰어난 성취다. 삶을 견디는 힘은 누군가와 오래 함께 앉아 있었던 기억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우며, 독자의 마음속에도 오래 머무는 풍경 하나를 남기는 작품.
상담사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신입 상담사로 일을 시작했을 때 ‘동석교육’이란 걸 받았습니다. 선배 상담사 옆에 앉아서 상담기법과 전산을 배우는 과정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처음이고 낯설었던 그 시간에 제 옆에 선배 상담사가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안감이 사라졌던 기억이 납니다.
좋은 사람과는 오래 함께 앉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싫어지면 함께 앉아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상담사의 동석교육 같은 것이 인생에도 주어진다면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지…… 직장을 떠나는 주인공의 마지막 하루를 스쳐가는 풍경처럼 담담하게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어젯밤 남편은 열 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안방 문을 열고 성큼성큼 들어왔다. 안방 문이 열리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순간 움찔했다. 침대에 누워 TV를 보다가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남편은 나에게 누런 서류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봉투를 받지 않고 남편을 빤히 바라보았다.
남편은 누런 봉투를 화장대 위에 올려두며 말했다.
“우리 이제 그만 헤어지자.”
남편은 분명 그렇게 말했다. 갑작스런 그 말에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남편에게 물었다.
“이유가 뭐예요?”
남편은 특유의 저음으로 말했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게 싫어. 너랑 같이 앉아 있는 것도 싫고, 이야기하는 것도 싫어. 그게 다야.”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