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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에서 온 이름

소설 단편

박은비 2026-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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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픽 포인트

이름을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인간의 운명·육체·기억·애도의 감각이 응축된 물질적 존재로 재구성한 독창적 관념소설. AI 시대에도 인간이 끝내 포기하지 못하는 이름에 대한 원초적 불안과 주술적 사고, ‘이름의 촉감’이라는 단일 아이디어를 끝까지 밀어붙여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완성도 높은 작품.

제 이름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직접 지어주신 이름입니다. 집안에서 내려오는 돌림자의 규칙을 따른 것도 아니고, 특별한 뜻을 가진 한자를 사용했다거나 사주팔자에 꼭 맞는 이름도 아닙니다만, 두 분이 고민 끝에 지어줬다는 점은 제가 개명하지 않는 유일한 이유입니다. 이 소설은 제 이름을 두고 ‘좋지 않은 이름’으로 평가했던 사람들의 말에서 출발했습니다. 살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그 말들이 가슴에 남아 괜히 이름 탓을 하곤 했습니다. 좋고 나쁜 이름이란 게 뭔지, 그런 게 어떻게 정해지는 건지 고민에 빠질 때마다, 저는 주변 사람들의 이름을 가만히 떠올려보곤 했습니다. 이 소설을 묵묵히 통과해낸 제가, 이젠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어떤 질료로 이루어져 있습니까?

나는 윤 대표가 말해준 질료 목록을 아버지에게 전했다. 아버지는 희미해진 기억을 가다듬으며 아 맞다, 그랬었지 참, 하고 맞장구를 쳤다. 제일 힘들 것 같았던 늙은 호랑이의 발톱과 번개 맞은 버드나무 안쪽 껍질은 생각했던 것보단 쉽게 구했고, 제일 힘들었던 게 사하라 사막 선인장의 가시였다고 말했다.

“사하라 사막에 선인장이 없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황당하던지.”

“사막에는 보통 선인장이 다 있지 않아요?”

“우리도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지, 진지하게 생각 안 해보고 간 거라. 막상 가보니까 사방천지에 모래뿐이야. 식물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 하필이면 또 그 해가 유독 가물어서 있던 선인장도 다 씨가 말랐다는 거야. 그냥 시장 가서 아무 선인장이나 사서 가시를 뽑아 가려고 했더니, 네 엄마가 그건 죽어도 안 된다고 고집을 피워. 꼭 사막에 핀 선인장에서 가시를 뽑아 가야 안심이 되겠대. 그래서 어쩌냐, 현지에 있는 사람들한테 묻고 또 묻고 하면서 갔지. 딱 한 군데, 선인장이 난 곳이 있었던 거야. 네 엄마가 어찌저찌 찾았네, 그걸. 갑자기 동양에서 온 이상한 사람들 둘이서 손짓발짓하면서 사막에 자란 선인장 어딨냐고 난리를 쳐댔으니, 그 사람들 눈엔 얼마나 이상하게 보였을 거야. 지금 생각하면 쇼도 그런 생쇼가 없다.”

아버지는 그때를 회상하며 껄껄 웃었다.

“이름 짓는 것도 그땐 공방 이런 게 많지도 않았어. 다 알음알음 이름 잘 짓는다는 곳 수소문해서 지으러 다녔지. 우리는 워낙 재료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해준다는 데가 하나도 없었어. 직접 찾으러 다녔지.”

“그때 이름 지어줬다던 사람은요?”

“네 생년월일시만 보고 재료만 짚어준 거지, 이름을 지어주진 않았어.”

아버지가 잠시 상념에 잠긴 듯 말없이 앉아 있다가 내 이름을 나직이 불렀다. 늘 그랬듯 혀를 털지도, 기침을 콜록거리지도 않았다. 인상을 조금도 쓰지 않은 평온한 얼굴로 아버지가 다시 한번 내 이름을 불렀다.

“개명할 이름은 정했냐.”

“아직이요.”

“만약에 내가 죽거든, 네 개명할 이름이랑 같이 화장해다오. 네 이름은 알고 가야 하지 않겠냐.”

내가 왜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냐고 다그치자, 아버지는 희미하게 웃었다.

2020년 제2회 장수문학상 본상 수상 ​

2024-1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

웹북 ​​『창(槍)』 『동제(洞祭)』​​『아직 아닐 거라는 착각』『조립 가족』​ ​『지구 최후 증언자의 마지막 쇼타임』​ 출간

  

revan_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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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이름은 이상헌 202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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