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시간여행이라는 장치를 매개로 개인의 트라우마와 가족사의 비밀을 입체적으로 드러낸 서사적 실험.
SF적 상상력과 심리적 비극을 결합해 '되돌림'이라는 욕망과 인간 운명의 아이러니를 응축한 작품.
로보는 실제로 내가 키우는 개 이름이다. 체구가 조그만 검정색 푸들이라 ‘강아지’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지만. 올해로 열다섯 살이기도 하다. 딱 스무 살까지만 같이 살고 떠나면 좋겠다, 고 늘 생각했는데 소설을 구상하던 차에 로보를 소재로 한 작품을 쓰고 싶어졌다. 로보가 등장한 소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본격적으로 등장시킨 건 「로보, 나를 물어줘」가 처음이다. 실제로 지난날 로보에게 자주 물리곤 했는데(지금은 노견이고 많이 순해져서 물지 않지만), 그때마다 시간여행을 하면 어떨까, 생각했었다. 그렇게 이 작품이 나왔다. 바친다기엔 뭣하지만, 그래도 로보가 훗날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이 작품을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집으로 올라가자마자 개 짖는 소리가 문 너머, 벽을 뚫고 아파트 전체에 울려 퍼졌다. 나는 1408호, 현관문 앞에 선다. 긴장으로 온몸의 피가 차갑게 굳어가는 느낌이다. 손잡이를 쥐고, 문을 연다. 예상대로 검은 개가 있다. 로보. 나를 보고 반갑게 꼬리를 흔드는 검은 개를 향한 충동이 불쑥 솟는다. 그러니까 죽여버리고 싶다는.
모든 일이 개새끼 한 마리 때문에 꼬여버리고 말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나는 베란다로 가 창고를 열었다. 공구함을 뒤져 망치를 꺼냈다. 약간 녹이 슨 쇠망치였다. 한편으로 개를 죽이기에 더없이 완벽한.
망치를 들고 거실로 돌아온다. 개는 나를 마주 보고 있다. 한순간이었다. 내가 검은 개를 향해 달려든 것은. 로보는 과거 내가 칭찬했던 것처럼 재빨리 나를 피하며 집안 곳곳으로 도망쳤다. 얼마나 씨름했는지 감조차 오지 않는다. 나는 개를 죽이기 위해 집안을 미친 듯이 휘젓고 다녔다.
로보에게 물린 것은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손을 물렸는데, 몽롱한 느낌과 함께 근육과 관절이 풀어지며 힘이 쫙 빠지는 것 같았다. 가까스로 눈을 뜨고 정신을 차리려 했지만 이미 쓰러진 뒤였다. 거실 바닥에 나자빠진 채로 나는 개를 향해 망치를 들어올리려다 떨어뜨리기를 반복했다. 머잖아 나는 완전한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