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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단편

김성호 2026-01-25

ISBN 979-11-94803-59-1(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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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전 소설들이 단순한 아이디어(상황, 설정 등)에서 시작되었다면 『공』은 어느 날 문득 머릿속에 닥친 이미지 또는 현상에서 시작되었다. 공이 가만히 있는 이미지, 공이 굴러가는 현상. 그것은 조금씩, 내게로 스며들었고 나는 공의 원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살을 붙이고 인물을 세우다 보니 작품이 탄생했다. 처음으로 다른 ‘출발선’에서 시작한 작품이다. 그때가 마침 윤해서 작가의 전작을 완독하던 즈음이었는데, 그 경험은 어떤 다른 형태의 소설에 대해 탐구해보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소설의 앞만 보지 말고 양옆, 뒤, 위아래도 보라는 어느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공의 앞뒤와 옆, 위아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 면을 찾아 이름을 붙여주고 이야기로 굴러가게끔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

3층 복도로 들어선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큰 소란이 들려왔다. 소란의 근원지는 4반 앞이었다. 국어 교사 허 선생이 보였다. 그가 소리치고 있었다. 그 맞은편엔 주혁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주위를 겉도는 여자애 한 명이 싸우고 있었다.

이주혁 네가 만진 거잖아! 어디서 나한테 뒤집어씌우려고 해?

허 선생이 있는 힘껏 소리쳤다.

선생님이 만지셨잖아요. 왜 제가 그랬다고 하세요? 얼른 사과하세요, 주연이한테.

그 애가 여자애를 가리키며 말했다. 허 선생은 기가 차다는 듯 허허 웃더니 돌변하여 외쳤다.

내가 얘를 왜 만져? 말해봐, 황주연! 내가 네 엉덩이 만졌니, 아니면 얘가 만졌니?

난 아니라니까요! 내가 여자애를 왜 만져요?

주연이라 불린 아이는 둘 다 신고해버릴 거라고 말했다. 그들 가까이 다가간 나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허 선생이 나를 보곤 잘 됐다는 듯 말을 꺼냈다. 상황은 이랬다. 주혁의 짝꿍인 주연이 누가 자기 몸을 만졌다고 했는데, 처음엔 바로 옆의 주혁을 의심했으나 마침 그 곁을 지나갔던 허 선생이 의심된다는 거였다.

2025-1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

웹북 『사물연습』​『것』『퀴어문학은 취급하지 않습니다』『이이』​​ 출간

 

kimwriter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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