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써 보자, 라는 생각으로 지어낸 글입니다. 소설 속 ‘풍사모(풍경사진을 사랑하는 모임)’라는 이름은 실제로 적잖은 중장년 아마추어 사진 동우회에서 사용하는 단체명이라고 합니다. 대학생 때 저도 ‘풍사모’ 회원 분들과 함께 카메라 들고 돌아다닌 적이 있습니다. 구도 좀 엉망이어도, 원근감 따위 느껴지지 않아도, 저는 그분들 사진이 좋았습니다. 그분들 사진이라기보다, 그분들이 즐거워하시는 풍경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이른 아침 겨울 산장에서 따뜻이 데운 모주를 건네주시던 그때의 다정한 아저씨, 아주머니 들이 오래도록 즐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소설 속 등장인물들—구도 씨와 원근 군, 구도 씨의 아내이자 원근 군의 어머니,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학과장님을 그렸습니다.
『경주 남산』.
아버지가 ‘선생님’이라 존칭하는 원로 북디자이너의 대표작이었다. 거장 사진 작가가 촬영했다는 근엄한 석조 불상들이 페이지마다 가득했다. 아버지는 그 책이 그저 사진들만 모아 놓은 사진집이 아니라 사진과 텍스트를 구도에 맞춰 아름답게 구조화한 ‘사진 책’이라고 강조했다. 자라오며 수시로 그 얘기를 들었던 탓에, 원근은 『경주 남산』이라는 무겁고 두툼한 물성을 아버지 자체로 여기게 되어 버렸다.
원근이 시각 디자인학과에 입학하면서부터 아버지는 디자인을 가르치려 들었다. 장소는 주로 ‘경주’였다. 본인이 직접 디자인한 책들을 바닥에 십여 권씩 쌓아 놓고 한 권 한 권 펼쳐 아들에게 보여 주었다. 표지의 제목 글자와 저자 성명의 배치, 내지의 본문 조판, 텍스트와 도판 레이아웃 등등을 몇 시간이고 강론했다. 그러고서는 매번 마지막 순서로 『경주 남산』을 펼쳤다.
“대한민국에 북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하신 선생님의 작품이야. 내가 이 선생님 스튜디오에서 문하생 자격으로 일하면서 책 만지는 법을 기초부터 탄탄히 배웠다. 원근이 너도 이제 선생이 필요한데⋯⋯”
아버지의 직접적인 언사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반강제적 반복 학습의 결과로 원근은 마침내 알아듣게 되었다.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