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갇혀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그곳이 어디든. 실제의 물리적 공간이든, 누군가의 마음이나 생각 같은 추상적인 공간이든. 때론 거기서 벗어나기 이전에 왜 갇혔는지 찬찬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벗어날 방법도 찾을 테니.
사회적 약자, 소수자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면서 늘 조심스럽고 어떤 자긍심을 가진 동시에 두려웠다. 그들을 어떤 나의 시공간에 마냥 갇히게 하는 걸까 봐. 하지만 이 작품을 쓰면서 나는 그들에게 그 시공간에서 벗어날 열쇠와 벗어나기 위한 ‘과정’, 즉 생각을 불어넣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떤 이들을 완벽히 다루거나 대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사자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 작품의 ‘당신’이, 그리고 당신이 조금이라도 더 잘 살아가길 바란다. 그렇게 세상을 만들자.
당신은 당신의 서점에 갇힌 지 1,549일째다. 당신 주장대로라면 그렇다. 성혁문고, 가 서점의 이름이다. 당신의 서점은 특징이랄 게 없는 흔한 동네 서점이었지만 딱 하나 있다면 퀴어 문학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게이나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논바이너리, 무성애자, 젠더퀴어 등이 등장하는 시나 소설, 에세이 등속이 취급 불가 대상의 범주에 속했다. 베스트셀러인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이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부커상에 노미네이트 됐을 때도 당신은 끝내 그 책을 서점에 들이지 않았다. 간혹 당신에게 누군가 누구나 알 만한, 또는 알 만하지 않은 퀴어 책이 있냐고 물어볼 때면 당신은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그 책을 찾는 건 손님이 처음입니다. 그래서 미처 들일 틈이 없었군요. 죄송합니다.”
물론 그 책을 찾는 손님은 여럿 있었고, 당신은 전혀 미안하지 않았다. 당신은 순간 달콤쌉싸름한 기쁨을 맛보았다. 그러면 상대, 즉 손님은 당황해하거나 멋쩍어하며 그렇군요, 반응하고는 감히 주문이 따로 가능하겠냐고 묻지도 못한 채 물러났다. 당신의 단호하게 맞물린 입술과 떨림 하나 없이 태연한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되었다. 도리어 손님에게 그런 책을 왜 찾느냐는 듯 이상하게 쳐다보는 당신의 눈초리까지 느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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