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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단편

김성호 2025-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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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면서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주제였다. 학교폭력. 우정. 여성서사. 이 작품은 ‘이해’의 영역에 관한 소설이라고도 생각한다. 발상의 진원지는 이 소설의 제목인 ‘것’, 그 자체에 관한 것이었다. 먼저 표준국어대사전으로 그 의미를 검색해보았다. 낮추어 불리는 의미, 소유의 의미, 사물이나 현상 따위를 추상적으로 부르는 의미. 이렇게 세 가지이다. 작중에서 것으로 나오는 인물이든, 주인공 ‘나’이든, 다른 인물이든 이 작품 속 관계성은 ‘것’의 세 가지 의미에 기초한다고 생각하며 썼다. 동시에 내성발톱도 나오는데, 두 가지 이야기를 하나의 뿌리에서 뻗어가는 작업이 처음이기도 하고 다소 어려웠다. 그래도 이렇게 밖으로 내보일 수 있어, 여러분의 ‘것’을 함께 작품과 감상으로나마 공유할 수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것은 자신의 이름이 갓이나 굿이 아닌 것, 이라고 했다. 겉? 것? 나는 물었고, 발음으로 구별되지 않는 그 차이를 것은 잘 잡아냈다.

아무려면 어때요. 것이든 겉이든, 편한 대로 불러주세요.

그녀의 본명은 따로 있을 테지만, 유튜브 닉네임대로 골뱅이, 쥐, 오, 오, 오, 오, 오, 오, 디, 것이라 불러 달라고 했다.

입을 잘 여며야 발음이 돼요. 저는 신도 아니고 좋은 사람도 아니에요.

것이 농담이랍시고 말했다. 그때 그녀는 나의 내성 발톱을 똑바로 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그곳은 손톱 발톱을 관리하는 네일샵 겸 풋샵이었다.

발톱의 상태는 심각했다. 완전히, 회오리 모양으로 살을 짓이겨 둥글게 파고들어간 악성 내성 발톱이었다. 것은 살을 부드럽고 촉촉하게 하는 윤활제를 뿌리고 갖가지 도구로 발톱을 건드렸다.

나는 물었다.

왜 것이에요?

높다란 의자에 앉아 있는 나와 그 아래 앉아 내 발끝을 만지작거리는 것.

것에 대해서 아시나요. 뭘 아시나요.

그녀는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했다.

것은 의존명사죠. 자립형태소이지만, 자립성이 없어 홀로 쓰일 수는 없죠. 그러나 단어로 취급하긴 해요. 저는 그런 사람이에요. 분명 사람인데, 혼자 서거나 존재하진 못하는. 그런 게 것이에요.

나는 그렇군요, 대답하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발끝에 힘이 들어갔다.

아프신가요?

2025-1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

 

kimwriter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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