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마지막에 가져갈 수 있는 건, 지나온 기억이 전부다. 사람이 지상에 남길 수 있는 건 다 덜어낸 ‘뼈’가 전부이다. 그러니 뼈에 뭔가를 새긴다는 건,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의미이고 그것은 당연히 사랑이란 마음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사랑하는 마음을 빨강으로 표현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빨강이 비슷해 봬도 여러 이름으로 나뉘듯 우리가 하는 사랑도 각기 다른 빨강을 지니고 있다. 그게 오해이든 진심이든 간에.
그렇게 온몸과 뼈를 불사르게 한 사랑도 마지막 순간엔 뼈의 기억으로만 남는다. 나는 잊히기 전에 그 말을 하고 싶었다.
여름이 가까워지면서 혈앵무를 찾는 손님이 늘었다. 머리 부분이 작고 몸통이 넓적한 혈앵무는 항문 입구에서 꼬리지느러미를 잘라내면 등지느러미에서 항문을 지나 배로 이어지는 굴곡진 태가 영락없이 둥근 하트였다. 지난해 겨울부터 연인 사이에 꼬리지느러미가 잘린 하트 모양의 혈앵무를 선물하는 게 유행했다. 사람의 심장을 닮은 하트만큼 믿음직하고 간절한 사랑 고백이 없었다.
특히 푸른 불빛이 수면 위를 흐르는 수족관에서 빛줄기를 따라 유영하는 붉은 하트의 물결은 절로 탄성이 나올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연인들은 데이트를 하다 수족관에서 빨간 장미꽃잎처럼 나풀거리는 혈앵무 떼를 보면 뭐에 홀린 듯 가게로 들어왔다. 게다가 요즘에는 혈앵무 몸통에 사랑의 문구를 직접 새길 수 있어 그 수요가 더 늘었다.
오늘 주문받은 것만도 수십 마리가 넘었다. 그중 절반이 꼬리지느러미를 잘라 하트 모양을 만드는 커팅이고, 나머지는 붉은색으로 고백을 문신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요즘 우리 가게의 가장 큰 수입원이었다. 덕분에 열대어 판매가 시원치 않아 적자에 시달리던 가게가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정은 혈앵무에 문신하는 일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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