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계속 써도 될지 고민하던 차에 당선 연락을 받았다.
모든 게 불확실한 와중에 확실한 한 가지만 있어도 인생은 어떻게든 살아진다.
이 소설을 쓰고 고치는 동안 느꼈던 감각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복잡하게 나쁜 사람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 분들께 감사드린다.
그 상태로 뒤척이다 새벽 세 시나 네 시쯤 잠들어도 여덟 시만 되면 눈이 저절로 떠졌다. 세수도 하지 않은 상태로 의자에 앉아 한 시간 정도 책상 위에 쌓아놓은 책들을 순서대로 조금씩 읽었다. 소설과 에세이집과 시집과 작법서와 인문서를 몇 페이지씩 돌아가면서 읽다 보면 모든 내용이 뒤죽박죽 뭉쳐져 거대한 덩어리가 되었다. 그런 와중에도 마음에 드는 문장은 눈에 들어왔고, 나는 펜을 쥔 손으로 노트에 또박또박 필사했다.
<늙어서 젊은 시절에는 가장 경멸했을 모습이 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다음날 새벽, 발인을 마치고 벽제로 이동할 때까지 나는 산울림의 <안녕>을 들었다…… 그는 탄식한다, 그는 완전히 다르게 살고 싶었다, 나에게도 그만한 권리는 있지 않은가…… 진짜 문제 : 주인공의 가장 큰 적은 주인공 자신이다……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다.>
우리 모두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다.
나는 펜을 내려놓고 마지막으로 따라 쓴 문장을 속으로 곱씹었다. 그러자 문장이 담고 있는 무게에 비해 한없이 가볍고 무의미한 생각이 뒤따라왔다. 모든 사람이 단순하게 좋은 사람일 순 없는 건가. 그게 불가능하다면 최대한 단순하게라도 살 순 없는 건가. 어차피 죽으면 다 끝인데. 덕분에 인간관계에 목을 매거나 사소한 실수 하나에도 오래 자책하던 버릇은 사라졌다. 죽으면 다 끝이니까.
심장이 뛰던 자리에 커다란 구멍이 났나 싶을 정도로 나는 무감한 사람이 되었다. 세 번째 상담 때 상담 선생님은 일부러 자기감정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나에게 조언했다.
-그런 적 없는데요. 왜 그렇게 느끼세요?
-보통은 이런 얘길 하면 많이들 우시거든요.
내가 울지 않아서, 상담 선생님은 우리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나는 그날 이후로 상담도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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