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멀리서: 2025-3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작

소설 단편 당선작

은미준 2025-09-21

ISBN 979-11-94803-28-7(05810)

  • 리뷰 4
  • 댓글 2

1,000 코인

  • talk
  • blog
  • facebook

2025-3 스토리모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작

단편소설 <멀리서>는 오랫동안 소설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쓴 소설이다. 더 이상 소설을 읽거나 쓰지 않아도 아무런 아쉬움이 없을 만큼 아예 잊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많은 시간이 흘러도 소설은 결코 내게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용기를 내어 소설을 읽고 쓰는 공부방을 찾았다. 너무 오랫동안 포기했다가 다시 시작하려니 처음처럼 막막하기만 한데도 가슴이 다시 뛰었다.

재능의 한계에 부딪혀 달아났으면서도 나는 왜 다시 소설을 찾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소설이 주는 즐거움은 다른 어떤 것으로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소설을 통해 채우고 생기를 얻기도 하니까.

<멀리서>는 그러한 나의 내면을 연극배우의 삶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 벼랑으로 몰릴수록 새로운 출구를 찾는 심정은 절박하다. 소설을 읽고 공부하는 일이 좋지만 쓰는 일은 참 어렵다. 소설 쓰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만 않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 같다.

재능이 없음을 한탄하며 지레 포기했는데 또 소설이 아니고서는 다른 무엇으로도 허기를 채울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건 다행일까. 무엇을 다시 시작할 때 자신 있게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 알 수 없는 결과와 또 도망가게 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멀리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 다시 발걸음을 내디딘 인물의 이야기를 담아 보았다. 출구가 없어보이는 일상에서 삶을 새롭게 만드는 일은 바로 도전이 아닐까.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상에 당선되어 기쁘다. 이 관문이 내 삶을 새롭게 시도하는 작은 변화이며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 소설을 당선작으로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휴대폰 벨이 울렸다. 현지는 직감적으로 지원 업체의 연락일 거라는 짐작이 들었다. 서둘러 휴대폰 커버를 열었다. 역시 전에 지원했던 초등학교 전화번호가 떴다.

담당자는 지원서류를 살펴보는지 이런저런 내용을 묻고 확인했다. 사무적이면서도 나긋하고 사근사근한 말씨의 남자였다.

“계약기간은 갱신 없이 일 년입니다. 현재 출산 휴가 중인 선생님이 일 년 후에는 복직하거든요.”

말하자면 ‘땜빵’이었다. 담당자는 현지의 주소지가 학교에서 가깝고 경력도 충분하니까 조건이 좋다고 말했다.

“서류 검토 중인데요 선생님, 초등학교 교원자격증을 보내주신 게 맞나요?”

현지는 순간 어리둥절했다.

“아뇨, 영어전문강사 자격증만 보냈는데요.”

현지는 영어전문강사 자격증만으로도 초등학교는 물론 중고등학교에서 장기간 근무했다.

“아, 그러시구나. 저희가 공고에 명시했는데 못 보셨나 봐요.”

담당자는 머뭇거리더니 참 아쉽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현지는 휴대폰 커버를 확 닫았다. 허공에 대고 종주먹을 들이대며 따지듯 소리쳤다.

“뭐야, 그게 있으면 내가 왜 기간제나 하겠냐고. 나 참 어이가 없네.”

2025-3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

멀리서: 2025-3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작
심사평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4 단편소설 ‘멀리서’를 읽고나서 Annie 2025-09-28
3 은미준 작 ‘멀리서’를 읽고 눈부신아침 2025-09-25
2 때로는 가슴이 시키는대로 엘로이 2025-09-23
1 꿈과 현실의 사이에서 하니 2025-09-21

댓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