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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날이 소설

소설 단편

임재훈 2025-05-04

ISBN 979-11-93452-90-5(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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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무언가/누군가를 지키고 기억하려는 노력이 거의 실패로 돌아갈 무렵의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왓 이프’ 이야기입니다. 쓰고자 하는 사람이 없으면 소설은 완성되지 않는다는 순리와, 못다 한 이야기일지라도 언젠가는 꼭 완결될 것이라는 희망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제 자신에게 필요했던 소설이었습니다.

대장간 무남독녀는 마을에서 ‘바날이’로 불렸다. 침선장 가문의 막내딸이었던 모친에게서 바늘 만드는 법을 눈과 귀로 익혔고 저 혼자의 힘으로 바날이가 되었다.

바날이는 제 손아귀가 망치를 쥐고 철을 두드릴 만큼 커지고 힘 세지기 전 어머니를 여의었다. 영문 모를 병을 어디서 어느 틈에 얻었는지 구명할 새도 없이 어머니는 식솔들 곁을 떠났다. 말 그대로 불구덩이 곁을 온종일 사수해야 하는 대장간 일꾼에게 한겨울은 한여름보다 고단한 계절이었는데, 안팎의 온도 차로 인하여 몸의 식음과 끓음이 원체 졸창간이라 풍한을 맞기 일쑤인 탓이었다.

매해 동지섣달을 시름시름 앓고 지내는 부모의 사정이 어린 딸에게는 유습해서 크게 유난 피울 일도 아니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저 닷새나 엿새쯤 끙끙 누워 미음을 뜨고 나면 언제 몸져누웠었냐는 듯 불뚝 일어서 대장간 일을 이어 나갔다. 아버지가 뭉그대면 어머니가, 어머니가 하늑하늑하면 아버지가 밥상을 차리고 살림을 챙겼다. 부모가 동시에 앓아눕는 일은 없었다.

금세 자리를 털고 발딱 일어설 줄 알았던 아내의 몸이 겨우내 구들방 바닥에 눌어붙은 형국이 되어서야 남편은 산기슭 할아범한테서 약첩이라도 받아오겠다며 부랴부랴 하산했다. 그러나 약방 노인은 진즉 세상을 하직한 지 오래였고 남편은 결국 하룻저녁 만에 빈손으로 집에 올라왔다. 그렇게 며칠 후 초가삼간의 식솔 한 자리가 텅 비었다.

“사람 숨 죽는 일이 쇳물 굳듯 이리 조용하고 간단하단 말이냐. 쇳소리도 난 못 들었고, 날리는 쇳밥에 소맷부리 한 번 안 털었는데 어찌 내 색시는 이렇게도 금방 딱딱하게 멎어 버렸냐.”

2023-4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

2024 종이책『소설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공저) 출간

웹북 『공동​』​『주변인으로서의 작가』 『지진광』『두릅아줌마 이야기』​​『초요의 숲』​ 『청월마을에서의 결투』『마마, 킴』​ ​출간 

 

jayjhl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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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1 손바닥에 바늘로 새겨서라도 기억하고픈 것들에 관하여 이시경 2025-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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