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하게 파괴된 건물 속에서
온전하게 남겨진 팔다리라도 찾아내고 싶은 간절한 소망으로
내일 폭격될 아이들의 살아 있는 팔다리에
그들의 부모는 떨리는 볼펜으로 연락처를 적어 넣는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인간은 단 한 명도 없다
더욱이 아이들을 살해한 자들을 결코 용서해서는 안 된다
고독하게 순환하는 자들에겐 온전한 세계가 오랫동안 필요하다
넌 흑인이 된 지 겨우 넉 달밖에 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진정한 흑인이라면 언제든 동전을 던져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고 그 결정을 평생 지켜낼 수 있어야 하지. 설령 네가 바라던 선택이 아니더라도 결코 머뭇거려선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세상이 너의 운명을 결정해 버릴 테니까 조심해야 해. 아직도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니? 그러니까 네게 죽음이 오직 검은색이듯, 사랑 역시 나 같은 흑인을 통해서만 가능하면 말이야. 그나마 너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지. 이 땅에서 더 이상 흑인이 태어나지 않기 때문에, 설상가상으로 아시아라는 편견이 흑인의 자유로운 출입을 막고 있기 때문에, 이 땅에 갇혀 지내는 대부분의 흑인은 동성연애자나 성불구자가 될 수밖에 없을 거야. 아니면 근친혼 사실을 숨기기 위해 쥐며느리처럼 평생을 지하실에서 보내야 할 수도 있겠지. 우리가 이 땅을 아무 때고 자유롭게 떠날 수 있었다면 애당초 여기서 태어났을 리 없지 않겠어? 내 침대를 타고 아메리카 끝자락에라도 닿을 수만 있다면야 수만 개의 히스 페니스가 무슨 대수겠니? 남자들, 특히 권력자들이 자신의 성욕을 해결할 수 없을 때마다 크고 작은 전쟁을 세계 곳곳에서 일으키곤 했지. 넌 이제 백일몽에서 깨어나야 해. 샤워나 채식이나 꿈 없는 잠으로도 넌 더 이상 황색인으로 돌아갈 수 없어. 왜냐하면 황색인은 언제라도 흑인이나 백인으로 변할 수 있을 만큼 굉장히 불안한 존재이니까. 그리고 사랑과 죽음의 곤죽 상태인 나 역시 너 때문에 최근에 흑인이 됐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면 좋겠어.
이런 이야기를 미스 바하마에게서 들었으면 행복하련만. 하지만 미스 바하마의 피부는 투명하다 못해 빛이 났다. 그녀는 결코 나 때문에 흑인이 될 리 없었고 동전을 던져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만큼 어리석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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