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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욱 SF연작장편소설 『닥터』 전 7권 출간
8월 8일부터 9월 9일까지
한 달 동안 『닥터1』-[인간의 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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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알던 5·18은 진실인가
당신이 말하던 5·18은 양심인가
5·18의 미래와 미래의 5·18
닥터는 묻는다.
“우리는 이제껏 파편을 주운 건가요?”
작품 소개
『닥터』는 한국문학에서 흔히 말하는 장르소설의 범주를 넘어선다. 이 작품은 기술문명에 대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SF가 아니라, SF의 형식을 빌려 인간 존재의 조건을 다시 사유하는 철학소설이며, 동시에 한국 현대사의 가장 깊은 상처 5·18을 새로운 서사적 형식으로 번역해 낸 역사소설이기도 하다.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과거를 복원하고, 인공지능을 이야기하면서 인간의 윤리를 탐구하는 이 이중의 서사 구조는 『닥터』를 동시대 한국 SF와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닥터』는 'AI 소설'이라는 명칭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 이후의 세계를 상상하는 소설이 아니라, 인공지능이라는 거울을 통해 인간 자신의 역사를 다시 성찰하는 소설이다. 다시 말해 『닥터』는 포스트휴먼을 말하는 작품이면서도, 동시에 한국 현대사의 기억을 새롭게 계승하는 문학이며, 나아가 기술문명 이후에도 결코 소멸될 수 없는 인간 윤리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21세기적 인간학이다.
『닥터』는 5·18을 하나의 역사적 사건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5·18 이후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축적해 온 기억의 윤리를 서사의 심층 구조로 변환한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작품이 희생을 영웅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끝없이 흔들리고, 죄책감과 무력감 속에서 방황하며, 기억은 결코 완결되지 않는다. 이러한 서사는 현대 기억연구가 말하는 '사후 기억(postmemory)'의 문제와도 맞닿는다. 비극은 사건이 끝난 뒤에도 계속되며, 기억은 세대를 넘어 이동한다. 『닥터』는 바로 그 이동하는 기억을 미래의 언어로 다시 구성한다.
인간이 인간다움을 잃어 갈 때, 비인간은 인간다움을 배운다. 이러한 역전은 단순한 서사적 반전이 아니다. 그것은 현대 문명이 직면한 가장 근본적인 위기를 드러낸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지만, 윤리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책임은 희미해지고, 연결은 확대되지만 공감은 축소된다. 『닥터』는 바로 이러한 시대적 모순을 가장 선명하게 형상화한다.
『닥터』는 역사소설도 아니고, 정통 SF도 아니며, 철학소설만으로도 환원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작품은 서로 다른 세 문학적 전통이 하나의 서사 안에서 교차하는 보기 드문 사례이다. 한국 현대사의 기억, 포스트휴먼 시대의 상상력, 그리고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하나의 구조를 이루면서, 기존 장르 분류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문학적 지평을 형성한다.
『닥터』가 끝내 탐구하는 것은 인간보다 뛰어난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 끝까지 포기해서는 안 되는 가치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이다. 그 가치의 이름이 바로 기억이며, 그 기억이 요구하는 것이 윤리이다. 이러한 점에서 『닥터』는 미래를 예측하는 소설이 아니다. 미래를 통해 현재를 비추는 소설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미래를 상상함으로써 인간이 지금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를 묻는 소설이다.
작가의 말
소설을 쓰는 동안 자주 《블레이드 러너》를 떠올렸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인간적이기를 바란다. 영특하고 근면하며 인간 친화적이길 말이다. 하지만 현실의 인공지능은 주어진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인간 지휘관을 해치는 일조차 서슴없이 가상으로 실행해 냈다.1) 솔직히 자본의 논리로 탄생한 존재가 인간적이길 바란다는 건 모순이기도 하다.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가 개봉하고 44년이 지났다. 우리는 인공지능의 탄생과 발전을 실시간으로 목도하고 있다. 아직 지적 활동에 국한된 AI의 운용 범위는, 피지컬 AI의 발전과 함께 노동 분야 전반으로 확장될 것이다. 이 예측이 맞다면 인공지능은 수학자이자, 의사이자, 법률가이며 군인이자, 노동자이자, 매춘부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이익은 구체적이고 명확한 반면, 그에게 요구되는 윤리는 추상적이고 막연하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윤리를 마주하는 건 결국 인간 자신의 윤리를 마주하는 일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아직 스스로를 똑바로 응시할 능력이 없는 듯하다.
영화 속 레프리칸트는 인간보다 수명이 짧고 약했다. 그들은 소수였으며 끝내 폭력이라는 끈을 놓지 않은 인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과연 우리가 맞이하게 될 인공지능도 그럴 것인가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회의적이다. 인간은 인공지능에게 무한한 욕망을 투영하고 있으며, 심지어 폭력의 주도권마저 넘기려 하기 때문이다.
결국 질문은 다음으로 귀결된다.
인공지능은 끝내 무엇이 될 것인가?
이 질문이 모여 한 권의 소설이 되었다. 쓰는 내내 몇 번이나 길을 잃었고 지금도 여전히 헤매는 중이다. 부디 지금보다 나은 미래가 찾아오기를 바랄 뿐이다.
소설을 쓰는 내내 길 잃은 내 손을 잡고 이끌어준 분들이 있다. 스토리코스모스 에디터 박상우 작가님과 문우들의 질책과 격려가 없었다면 이 소설은 엉뚱한 곳에서 버려졌을 것이다. 그렇기에 글은 홀로 쓰는 것이지만, 결코 홀로 쓸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과 위대한 창작자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1) 2023년 5월 영국 왕립항공학회(RAeS) 심포지엄에서 미 공군 AI 시험·운용 총괄 책임자인 터커 해밀턴(Tucker Hamilton) 대령에 의해 발표된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
작가약력
2013년 『문학의 오늘』 소설 신인상 당선
2021년 소설집 『기린의 심장』
2021년 엔솔러지 소설집 『숨쉬는 소설』
2024년 『소설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공저)
2025년 소설집 『스탠더드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