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ube] 『검색어 : 삶의 의미』 ― 박상우 에세이
“ 『검색어: 삶의 의미』는 ‘빨간 알약’을 먹고 쓴 책이다.”
-「작가의 말」 일부
나의 인생은 나를 위해 주어진 게 아니다. 인생이 나의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더 쉽게 말하면 나는 내 인생의 주인이 아니다. 내가 주인이라면 내 마음대로 그것을 운영하고 내 마음대로 그것을 가지고 놀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인생을 제멋대로 가지고 놀지 못한다. 인간은 그저 인생의 도구로 하루하루를 살아낼 뿐이다.
우리는 우리 뜻대로 세상에 태어난 게 아니다. 태어난 이후에도 우리가 원하는 대로 세상을 살지 못한다. 심지어 죽는 날도 마음대로 정하지 못한다. 그래서 생명, 운명, 수명에는 명령의 의미[命]가 붙어 있다. 프로그램에 입력된 대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검색어: 삶의 의미』 본문 일부
책소개
이상문학상 수상작가 박상우가 제시하는 21세기 인생 지침을 수록한 에세이집이다. 디지털 문명과 과학 문명의 진보로 인간과 인생, 우주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었는데도 낡고 오래된 가르침들의 마취와 세뇌로부터 깨어나지 못하는 작금의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여 25편의 편편에서 새로운 현실, 새로운 현실 자각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25편의 내용들은 모두 인생을 살아가며 깊이 있게 생각할 기회를 갖지 못하거나 무의식적으로 기피하는 것들, 아니면 낡고 오래된 가르침과 세뇌들에 파묻혀버린 것들이다. 그 모든 제기된 인생의 문제들에 대해 박상우 에세이의 편편들은 시종일관 ‘나’의 존재성에 대해 강조한다. 진정한 삶의 의미는 욕망과 에고에 사로잡혀 사는 하위자아로서의 ‘나’가 아니라 그것 너머에 있는 근원적 상위자아로서의 ‘나’라는 걸 깨치고 그것을 체득하라는 말이다. 그것을 체득하게 되면 자기 인생을 소유의 대상으로 인지하지 않고 주어지는 학습과제로 인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생의 모든 고통이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소유적 판단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보는 것이다.
책의 내용을 반영해 말하자면 지구는 학교, 인생은 학습, 인간은 학생이다.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그것이 지구 졸업생의 명패라는 의미에서 이 책은 21세기적 삶의 좌표를 제시하는 의미 있는 책이다.
작가의 말
세상의 가르침 중에는 위험한 세뇌들이 많다. 무조건적으로 가르침을 받아들이기보다 자기 내면으로부터 우러나는 것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인생의 시작도 끝도 모두 ‘나’와 결부되지만 그 ‘나’라는 것이 헛것, 다시 말해 일종의 망상 에고라는 게 이제는 확연한 진실이 되었다. 수천 년 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깊은 가르침이 21세기에 이르러 과학과 접목되는 놀라운 진경을 목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여러 군데에서 반복적으로 ‘나’를 문제 삼고 있고 그것을 문제 해결의 유일무이한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인생은 일종의 연극무대이고 인간은 주어진 배역을 연기하는 배우들이다. ‘사람’이라는 영어 단어 ‘퍼슨(person)’의 어원이 ‘가면’의 의미를 지닌 라틴어 ‘페르소나(persona)’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사람’이라는 존재의 의미가 연극배우들이 쓰는 ‘가면’이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옛사람들의 통찰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결국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 배역에 충실할 필요성이 역으로 강조된다. 연극 못하겠다고 무대를 뛰쳐나가 노숙자가 되는 것도 자유이고 자살을 하는 것도 자유이다. 하지만 그 문제에 대한 인과도 결국 자신에게 돌아와 ‘지금, 바로, 이곳’의 내 배역을 구성하는 필요 불가결한 요소가 된다. 자작자수 자업자득自作自受 自業自得. 현재의 나에게 주어지는 인생 대본은 결국 나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걸 알게 하는 것이다. 주어지는 인생을 왜 성실하게 잘 살아야 하는가, 더 이상 길게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지구는 학교, 인생은 학습, 인간은 학생이다. 제사상에 세워두는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그것이 지구 졸업생의 명패이다. 지구학교 학생의 기본자세에 대한 만고불변의 규정은 없다. 학생이 지켜야 할 수칙을 일반화하고 규범화해서 세뇌시키는 일은 제도를 유지하는 자들의 관점에서는 중요하지만 개체의 관점에서는 많은 장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검색어: 삶의 의미』는 실재와 본질이 가려진 세상에 대하여 뼈를 드러내는 말을 하기 위해 의도된 책이다. 뼈를 가리지 않고 드러내고 보니 훨씬 그럴듯해 보여서 앞으로는 ’노골적露骨的‘이라는 말에 애착을 가지기로 했다. 노골적인 것을 기피하는 마음, 생각, 태도, 자세, 행동으로부터 위선, 기만, 과장, 포장, 위장, 연기, 연극, 연출, 사기가 드러나는 게 아닌지.
『검색어: 삶의 의미』는 ‘빨간 알약’을 먹고 쓴 책이다.
목차
검색어 : 삶의 의미
당신과 똑같은 존재가 우주에 여럿 있다면
탈출하고 싶으면 빨간 알약을 먹어라
액을 피하고 싶은가, 액을 부르고 싶은가
어디로 가야 할지 머리로 고뇌하는 인간의 형상
우리는 극복하는 자인 동시에 극복되는 자이다
‘구하라 그리하면 받으리니’의 비밀
모든 사랑은 나에게서 시작해 나에게서 끝난다
스마트폰 도인, 스마트폰 달인, 스마트폰 선각자들에게
인생을 창조하는 약속, 약속을 창조하는 인생
디지털 노마드에게 지구는 너무 좁고 시시해
엄지족들이여,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말라
욕을 처먹어도 행복할 수만 있다면
‘엄마’로 시작해 유언으로 끝나는 인생
나의 친절이 먹고살기 위한 연기가 될 때
‘돈의 순수성’이라는 말, 이해가 되나
먹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
이것도 명작, 저것도 명작, 누구 마음대로 명작인가
빌어먹을 교양, 썩어빠질 교양의 시대에
책과 스마트폰을 맞바꿀 사람이 있을까
티코는 아무리 튜닝해도 그랜저가 되지 않는다
청춘이 끝나면 인생이 끝나고 인생이 끝나면 청춘이 끝난다
중년을 즐기는 셰익스피어의 아홉 가지 생각
작가의 말
작가약력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스러지지 않는 빛」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99년 중편소설 「내 마음의 옥탑방」으로 제23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고, 2009년 소설집 『인형의 마을』로 제12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으로 제12회 이병주 국제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 『사랑보다 낯선』 『인형의 마을』 『호텔 캘리포니아』 『내 마음의 옥탑방』 『가시면류관 초상』 『운명게임』『비밀문장: 지구행성 게스트하우스 손님용 보급판』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내 영혼은 길 위에 있다』 『반짝이는 것은 모두 혼자다』 『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 『소설가』 『검색어 : 삶의 의미』 『소설창작 인생창작』 등이 있다.